그대라는 세월을 사랑할 것이다

by Lunar G

김창완 선생님의 <청춘>을 들으며

청춘과의 이별에 대해 생각한다.


멀어지는 듯한 청춘이

아쉽고 아팠던 그 해 참 많이도 울었다.

꿈, 사랑, 일, 실패, 성취.

내 청춘을 사로잡았던 모든 걸

이젠 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꽤 우울해졌었다.


청춘 그리고 사랑.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두 단어가

특히 더 가슴을 아리게 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어리고 예쁜 여자를 탐하게 되어있다고 했던가.

세월이 흐르면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 해 온 그녀 역시

남자의 본능에 반(反)하는 여자가 될 거란 생각은

사랑을 맥 빠지게 한다.


주름살 하나 없는 피부

잘록한 허리와 미끈한 다리

생기 넘치는 얼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젊은 미녀들의 왕국 대한민국은

나이 들어가는 여자들이 살기엔 참 퍽퍽한 나라다.

Madame Monet en Costume Japonais_Claude Monet

남녀 관계가 본능의 일이기만 하다면

긴 세월 이어져온 사랑은 거짓과 허상에 불과할 것이고

결혼은 서서히 죽어가는 서로를 바라보는 비극이 될 것이다.


사랑이 좋은 껍데기를 가진 누군가를 쟁취하는 것이라면

청춘을 넘긴 이들에게, 살을 부대끼고 사는 부부에게 사랑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 공간에서 모든 걸 공유하고

삶을 함께 꾸려가는 결혼 생활에는

본능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있다.

주름이 늘고 젊은 날 아름다움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랑도 함께 퇴색되는 게 아니다.

세월을 먹은 사랑은 또 다른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에겐 세월을 볼 줄 아는 눈이 있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의 나로

너는 나의 너로

매일 다시 태어나는 걸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설렌다.


영혼의 짝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탄력 없는 살과 주름진 얼굴이라면

너이기에 그리고 나이기에

나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기꺼이 내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사랑이다.


나이 든 내 모습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너라면,

내 눈에는 늙어가는 네가

푸른 청춘보다 더 눈부셔 보인다면

그건 분명 사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의 가면을 쓴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