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백장미 한 송이를 쥐고
낯선 거리를 걷는다.
자정을 향해가는 시간,
너와 함께 듣던 곡을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만발한 백장미 같은 보름달.
발을 멈추고
멍하니 달을 보고 섰다.
은색 달 아래서
나누던 이야기와
눈물과 웃음,
입가에 초승달 같은 미소가 지나간다.
삶이 버거워 헉헉 거릴 때도
네 앞의 나로 설 때만은 행복했다.
약한 모습, 힘들어하는 모습, 지친 모습
숨기고 싶은 것들을
네 앞에서는 들키고 말았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만큼
지칠 대로 지친 너는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에 귀를 열어주었다.
이 만남을 위해
버텨온 우리 시간이 참 고맙고 아팠다.
달 아래서
함께 한 곳을 보고 있던 우리는
흰 장미처럼,
때론 은빛 달처럼 찬란했다.
거리가 온통 장미로 넘실거린다.
수줍음의 색은 달라도
만발한 모습은 제각각이어도
사랑하고 있음은,
그 따뜻한 기억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장미처럼
이 마음을 순리에 맡기련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막아서지 않으련다.
5월
사랑, 만발하다.
장미, 흐드러지다.
눈물, 차오르다.
이 화창한 봄날에
사랑받고 사랑하길
게을리하는 건 직무유기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사물이건
지금 이 순간 심장의 떨림을 느끼는 건
사랑의, 살아있음의 반증이다.
바람에 넘실거리는
만발한 장미처럼
모두가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이 봄이 상처받은 그대들에게 사랑을 안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