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들어야겠다

by Lunar G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넌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진 건 사랑밖에 없으면서

나는 그마저 충분히 주지 못했다.


삶이 너무 퍽퍽해서

견디기가 힘들다던 네 말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네 어깨에 내 짐 하나를 더 올려놓았다.


바보 같은 넌

그래, 괜찮아 라고 웃으며

내 짐을 울러 멨다.


나만 사는 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만 엉망이 된 줄 알았는데

견디는데 이골이 난 네 얼굴을 본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나이에 맞지 않은 천진한 웃음을 웃는 게

거친 세월이 그대에게

남긴 상처임을 알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멋진 남자로 태어나기 위해

네가 견딘 시련에 비하면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닌데,

오늘도 칭얼대고 말았다.


지독히 이기적인 사랑이다.


네 양손의 짐이

나를 품기 위한 것인데도

왜 안아주지 않느냐며 투덜거리고.

내 눈물이 보이지 않냐며 울먹이고.


사랑 앞에서는 왜 어린 애가 되는지.

네 앞에서는 왜 자꾸 작아지려 하는지.

수척해진 네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Paris Street Rainy Day_Gustave Caillebotte.jpg Paris Street Rainy Day_Gustave Caillebotte


이젠

네 짐을 나눠 들어야겠다.

시린 바람 앞에서

홀로 꺾이고 깎이게 두지 않아야겠다.


네가 내게 기댈 차례다.

네가 했던 기둥 역할,

이번엔 내가 해야겠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

멋진 사랑을 하는 게 아니다.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것,

그게 사랑이다.


부족함에도 더 없이 충만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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