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하기 좋아하는 그대

by Lunar G


대학은 어디 갔니?

졸업은 언제니?

직장은?

연봉은?

결혼은?

남편은 뭐해?

아기는?


대한민국 천국.

참견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천국.

사사건건 다 알아야 하는 정 많은 나라.


운 좋게 그 자리에 올라 과분한 힘을 누리고 사는 그대,

내 안부를 묻는 척하며 그대의 운명을 과시하지 말라.

오늘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 끝까지 가 봐야 안다.


여전히 비틀거리며 힘든 길을 가는 나를 한심한 눈으로 보지 말라.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이지만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

나는 적어도

누군가의 상실과 아픔에 지위를 내세워 폭력을 행사하는 비열한 짓은 않는다.


지금 그대가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가

진정 그대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대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착각하지 마라.

시대와 운명에 편승했을 뿐 그대는 노력하지 않았다.


고개 숙이지 않는 청춘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그대 자신에게로 돌려라.

실력도 위엄도 갖추지 못한 이에게 고개 숙일 젊은이는 없다.

존경과 존중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그에 맞는 인격과 위엄을 갖추어라.


인사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욕하고

자리 잡지 못한 청춘을 한심하게 보며 입을 놀리기 전에

그대 자신을 돌아보라.

존경받을만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Viennese Children Belvedere Gardens, Vienna, Austria_Erich Lessing_1954.jpg Viennese Children Belvedere Gardens, Vienna, Austria_Erich Lessing_1954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 덕에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했다면

실력을 갖추려 노력하라.

그대가 과분한 힘을 누리는 동안

그 자리에 더 적합했을 누군가의 가능성은 낭비되고 있다.


그 지위에 이르게 한 운을 자랑하지 말라.

그대 스스로도 자신이 모자라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없는 그 행운이 무색해지지 않게

매 순간 노력하라.

거저 주어진 그 자리가 아깝지 않게

고개 숙일 줄 아는 미덕을 쌓으라.


어른인 척 누군가에게 훈수 두려 말고

스스로 위엄을 갖추어라.

누군가가 휘청거릴 순간을 기다려 뱉는

공해 같은 말 대신에

아득바득 세상에 맞서는 청춘을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라.


그대 눈에는 헤매고 있는 듯 보일지 몰라도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

느리지만 강단 있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인생이다.


그대가 이 시대의 젊은이라면 그대 앞의 청춘보다 더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유하는 청춘 앞에서 지위를 으스대지 말라.


이 난세를 헤쳐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 청춘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젊은이들에게 그대가 해줄 수 있는 건

진정 어린 위로와 할 수 있다는 격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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