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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Aug 01. 2019

독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영어는 내게는 영원한 숙제이다. 학창시절이 끝나면 영어공부를 할 일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게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영문법은 너무나 높은 산이다. 성문기본영어, 맨투맨을 시작으로 여러 문법책들을 쥐고 공부했었다. 토익, 텝스 등 영어시험의 문법 문제를 풀 때, 다양한 공식에 적용하고 문법적인 이유를 찾아 답을 골라낸다. 아쉽게도 정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아내는 외국생활을 오래 했다. 영어로 표현하는게 오히려 더 편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다. 문제를 보면서 답을 탁탁 찍어낸다. 왜 이게 답이냐고 물어보면 설명은 못해준다. 다만, 그냥 그게 어색하다고 이야기한다. 영어문법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정답률은 매우 높다.


 한국어 문법에 어긋난 문장를 볼 때 나는, 그리고 한국어에 더 익숙한 모든 사람들은 내 아내처럼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된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는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일부 배정되어 있는 문법시간 이외에는 따로 한국어 문법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도 한국어 문법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공부하지 않았다. 영원히 공부할 일은 없을 것같았다. 그렇게 헤어졌던 문법이 옛 친구가 돌아오듯 15년만에 다시 찾아왔다. #씽큐베이션 #잘팔리는글쓰기 필독서를 통해서. 책 제목만 봐도 한국어 문법에 대한 내용을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했다. 3번까지 서평을 안써도 된다는 규칙을 '악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책을 집어들었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험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한국어라는 표준화된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처럼 매우 손쉽게 다른사람의 지식과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언어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그룹 간의 약속이다. 언어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국사람은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한다. 태어나 말을 배울 때 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생각한다.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체득한다면, 외국어는 별도의 의지적 학습을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통해 지금의 언어가 사용된다. 언어를 잘 구사한 다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언어는 한 순간 학습함으로서 끝나지 않는다. 언어는 가만히 있는 무생물이기 보다,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더 가깝다. 지금이 순간에도 한국어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 새로운 한국어를 다양하게 만들어 낸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약속이 조금씩 변한다. 나도 20대 초반의 후배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새롭게 익혀야 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은 새로운 환경에 따라 새롭게 탄생한다. 나 또한 길지 않은 3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살았다. 


이걸 사용해 보셨다면.... 네. 연륜이 있으신겁니다.


 중학교때 부터 소위 삐삐라 이야기하는 호출기를 사용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기에 연락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번호를 남기고 연락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이 과정을 삐삐친다고 표현했다. 전화번호만 남기는 것에서 발전해 삐삐치는 사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숫자 조합을 통해 의미를 구현했다. (8282, 8255, 1004 등)






 컴퓨터 상에서는 다양한 채팅언어가 생겨났다. 온라인 상에서만 쓰는 많은 언어들이 탄생했고,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세대는 이 언어로 부터 소외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축약해서 쓰는 언어가 많다. 긴 단어를 몇자 내외로 축약해서 사용하고, 그 언어를 사용함으로 소속감을 누린다. 


 새롭게 태어나는 언어들은 우리 문법에 전혀 맞지 않다. 사실상 우리의 일상가운데서도 문법에 맞지 않는 글과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 문법 또한 계속 변화한다. 어제까지 맞게 사용했던 표현이 오늘부터 달라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받아쓰기를 하고, 일기를 쓸 때 '~읍니다' 썼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습니다'로 쓰는게 맞는 표현으로 변했다. 한동안은 큰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일상에서 쓰는 말도 문법의 큰 지배를 받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있는 문법의 상황을 볼 때 과연 한국어 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오고 나서도 문법으로 인해 큰 문제를 겪은 적은 없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법은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문을 섞어 쓴다해도 내 이야기는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변화하는 언어의 문법을 굳이 익혀야 할까?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두가지로 내렸다.



1. 문법은 글의 첫인상이다.

2. 문법은 글의 기초이다.




1. 문법은 글의 첫인상이다.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책을 구매했다. 그 책에 만약 문법적인 비문이 가득차 있다면 어떨까? 물론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음이 남아있을 것이다. 


 보고서를 쓰다보면 오타가 종종 발생한다.오타가 있거나, 문법적으로 어색한 문장이 있으면 보고서의 내용에 의심을 받는다. 소위 기본이 되지 않은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를 받는 상관은 오타가 나온 부분 이후는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 내용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도, 문법이 맞지 않은 글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문법은 신뢰의 문제이다. 문법은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선보일 때 가장먼저 보이게 되는 첫인상이다.  


 기업에 채용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면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깨끗한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장으로 향한다. 면접은 첫인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글을 들고 면접장을 향하는 사람이다. 독자라는 면접관에게 내 글을 소비해달라고 면접을 본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문법적인 오류와 오타로 가득한 글은 반바지에 슬리버를 신고 면접장으로 향하는 사람과 같다. 문법 공부를 통해 깨끗한 정장을 다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문법은 글의 기초이다.


기존 지식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기초적인 연장이 언어이다.


 모든 일에는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어릴적 태권도를 꽤 오래했었다. 처음 태권도를 배우러 갔을 때 몇날 며칠이고 주먹지르기만 했었다. 내 친구들은 멋진 품새도 하고 발차기도 하는데 나는 구석에서 주먹지르기만 했다. 하기 싫었다. 왜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먹 지르기는 태권도의 기초로서 이 기초위에 여러가지 기술이 쌓인다. 10여년만에 다시 태권도를 시작했다. 머리로는 태권도에 관한 많은 것을 잊었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기초를 잘 다져놨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도 그 기초 위에 새로운 것을 쌓아갈 수 있었다. 


 문법도 이와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법이 잘 갖춰져 있어야한다. 문법의 기초위에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문법적 용어를 명확히 이해하고 구분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알게 모르게 체화된 정확한 표현과 정확한 구조를 자신의 글에 잘 표현 해야한다. 혹시 이러한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면 나의한국어바로쓰기노트 혹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추천한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바로쓰기 를 통해 부족함을 채워야한다. 기초가 부실하면 글이 무너진다. 




바로 쓰는 것이 아름답게 쓰는 것이다


 #나의한국어바로쓰기노트의 핵심이다. 한국어 문법을 정확히 제시하고 더 윤택한 한국어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누구나 좋은 글, 멋진 글을 쓰고 싶어한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이 쉽지않은 책을 끝까지 읽어낼 인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내 글에 적용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법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은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문법은 글의 기초다. 결국 한국어 문법은 한국인들이 한국어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근간을 제시해준다. 문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쉬운일도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문법은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문법은 한국인을 괴롭히고, 옭아매기 위한 사슬이 아니라, 한국어를 더 한국어 답게, 그리고 그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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