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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Jul 12. 2019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일단 쓰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인생을 살면서 많은 글쓰기를 경험했다. 

초등학교 때 일기쓰기
중학교 때 백일장
고등학교 때 대입을 위한 논술
대학교 때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지금은 업무를 위한 보고서


 과거 글쓰기는 연필을 손에 쥐고 원고지에 빽빽히 써내려가는 글쓰기였다. 아직도 논술과 고시등  시험을 위한 글쓰기에서는 일부 손으로 쓰는 글쓰기가 있지만, 지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얼마전 책 원고를 써 내려갈 때도, 매일 사무실에서 업무를 할 때도 나는 연필을 손에 쥐지 않았고 컴퓨터 자판을 부지런히 두들겼다.


 하지만 글쓰기가 이렇게 내 삶과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글쓰기를 따로 공부해야한다는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과 느낌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쓰기에 바빴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학부시절에 #경제학카페 책을 접했고, 몇년 전 #썰전 에서 만나본 #유시민작가 의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에 푹 빠져서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그중에 한권으로 #유시민의글쓰기특강 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에는 그저 글 잘쓰는 작가로서, 방송인으로서, 그리고 전 정치인으로서의 느낌만 가지고 읽었지, 글쓰기에 대해 어떻한 마음을 가지고 읽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내용들을 블로그에 정리는 해놨을 뿐 내 삶의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을 구입하여 다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5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왜 글을 잘 써야할까?
2. 양이 질을 창출한다.
3. 글쓰기는 운전이다.
4.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5. 공무원식 글쓰기




1. 왜 글을 잘 써야 할까?


 글쓰기 특강을 읽기 시작하며 가지고 있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결국 글은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내용전달이 목적인 글을 쓰면서  굳이 잘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충실한 내용이 있다면 겉포장하는 글쓰기는 조금 소홀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글을 잘 써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세상이 글쓰기를 요구한다(258p)



 서두에도 언급을 했던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글쓰기의 연속이다. 어릴적 부터 글쓰기를 강요받는다. 대학에 들어갈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잘 쓴 글쓰기가 우대받는다. 결국 글쓰기를 못하면 사는데 지장을 받는다.



글쓰기 실력을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지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한다.(258p)



 글은 글쓴이의 아는 것, 삶의 태도 등을 보여준다. 나도 글을 쓰다보면 결국 내가 평소에 하는 말, 평소에 알고 있던 것 들을 쓸 수 밖에 없다. 남의 글을 그대로 필사하지 않는 한 그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지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유시민 작가가 실제로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대단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은  촌철살인의 글 솜씨 덕이 크다.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글 솜씨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모두 부러워 하고, 그 사람을 닮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글쓰기를 연습해야하고, 유시민 작가의 말을 따라 최소한 못난 글은 쓰지 말아야 한다.




2. 양이 질을 창출한다.


 글쓰기의 왕도는 없다. 많이 쓰는 훈련을 통해서 좋은 글이 써진다. 나는 이것을 #양질의법칙 이라고 부른다. 유시민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으로 인해 많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의 제한,  분량의 제한 등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그의 글쓰기 능력은 더욱 좋아진다.


 나도 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글은 써본적 없고, 써야하는 글만 썼었다. 논술시험에서는 학원에서 스킬을 배워 끼워맞추기 식 글을 써 내려갔다. 대학교 수업 중  서평과제를 수행할 때는, 적당히 책의 주요 문구를 발췌해서 분량만 맞춰 냈었다. 아마 교수님들께서 내 서평을 보고 코웃음을 치셨을 것이다. 


 써야하는 글을 쓰는 시기가 지난 후, 우연한 계기로 독서를 시작했다. 직장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바쁜 시절을 살고 있을 때, 무기력이 찾아와서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 그때 만나게 된 책이  #독서천재가된홍대리 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100p)



 독서가 쌓이면서 글쓰기도 시작이 되었다. 어느 정도 독서를 하고 나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이다. 그리고 그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아직도 내  글쓰기는 부족하다. 못난 글 투성이다. 그래서 더 많이 쓰기 위해 글감을 찾았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로 했다. 몇달간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서평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저 내가 보기 위한 감상문이자, 어떤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이러한 서평이 몇개 쌓여 운이 좋게도 #씽큐베이션2기 에도 선정되었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168p)




 많이 쓰는 것에서는 이제 마음을 먹고 쓰는 것을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못난글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양이 쌓여야 좋은 글이 나오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왕이면 글쓰기에 대한 기본 원리를 익히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씽큐베이션 2기 #잘팔리는글쓰기 에 선정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의무적으로 ' 매주 1권의 책을 읽어야하고(독서), 서평을 써야한다(글쓰기 양). 더욱이 그 책들은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된 분야의 좋은 책들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많이 된다. 12주가 흐른 후 나만의 이유를 가진 훌륭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글쓰기는 운전이다.


 처음 운전대를 잡던 날이 기억난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이 다 면허를 따길래 분위기에 휩쓸려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선생님께서 공식을 다 알려주셨다. '자, 여기서 저 나무에 어깨를 맞추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두바퀴 반을 돌려요, 살살살 뒤로 가다가 표지판이 거울로 쏙 들어오면 왼쪽으로 핸들을 세바퀴 돌려서 이쪽 나무가 눈에 보이면 끝!'


 너무 쉽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렇게 내 면허는 장롱 속으로 들어갔다. 


 몇년이 지난 후, 군 생활 중 면허증이 있다는 이유로 운전보직을 받게 되었다. 실전 연습을 몇달간 했는데, 운전대 뒤에서 벌벌 떨었다. 지식적으로는 운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선다. D에 놓고 주행해야하고, R은 후진이다. 다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전은 달랐다. 매 순간  머리로 생각하며 운전했고, 그 모습은 내 차에 타는 사람들에게 불안함으로 전해졌다. 물론 운전에 익숙해진 지금은, 아무런 생각없이 몸이 반응하는 대로 운전을 한다. 


글쓰기는 머리로 배우는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기능이다.(62p)


 글쓰기도 운전과 유사하다. 머리로 아무리 아는게 많아도 직접 써내려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 글쓰기를 하는 원칙, 원리 등을 제시한다. 유시민 작가도 글쓰기의 규칙을 알려준다.




1.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9p)



 이 규칙을 알고 있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글쓰기를 할 때 이러한 규칙이 적용된 글이 나오느냐가 진짜 문제이다. 많은 글쓰기를 통해 이러한 규칙을 체화(體化)하여 글을 썼을 때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규칙에 따른 글이 나올 때 좋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나도 이러한 경지까지 이르는 것이 목표이다. 




4.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람들의 끊임 없는 논쟁 거리중에 하나이다. 과연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말과 글도 유사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말이 글에 영향을 미치고 또 글이 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정리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174p)



 태어나자 마자 우리는 말을 먼저 배운다. 글을 먼저 배우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3살된 딸아이를 봐도 당연히 말을 먼저 배운다. 지금은 말을 그렇게 유창하게 해도 아직 글을 읽지 못한다. 그림책을 봐도 그림을 보지 글을 읽지는 않는다. 


 글을 쓰고 나서 반드시 말로 읽어봐야 한다. 나는 묵독에 익숙하다. 사실 소리내어 읽는 낭독에는 크게 익숙하지 않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때도 당연히 묵독을 해야한다. 언어영역등 시험을 볼 때 소리 내어 읽으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 남들을 의식해야하는 시험용 읽기의 시절은 지났다. 책상방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묵독에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낭독에 조금 더 익숙해져야겠다. 


  소리내어 읽을 때 좋은 글이 잘 쓴 글이다. 내가 쓴 글도 한번씩 소리내어 읽어볼 때가 있다. 입에 잘 붙지 않는 글은 역시 좋지 않은 글이다. 글을 쓴 후 반드시 소리내어 읽는 시간을 통해 점검을 꼭 해봐야겠다.



5. 공무원식 글쓰기



 나는 현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글을 봤을 때 진짜 잘썼다...라고 생각을 했다. 역시 국무총리실에서 나온 담화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이어지는 비평을 보며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내용전달이 잘 안되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글쓰기의 측면에서, 그리고 일반 대중을 향해서 발표되는 내용이기에 잘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한다. 다만,  그 자체로서의 존중을 찾아볼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각 사회마다 쓰는 언어가 있다. 의사들 사회에서는 의사들만 쓰는 언어가 있다. 의법률가들 사회에는 법률가들만의 언어가 있다. 법정 드라마를 봐도 그들 스스로의 용어를 부연설명한다. 특히 법률가들의 언어에는 한자말, 일본어 단어 등을 참 많이 있다. 학부시절 법을 복수 전공하면서 보니 법전 자체에는 한자 단어로만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판사가 법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어려운 법률용어를 섞어가며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알아듣기 쉬운 언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자체의 문화이며 그 세계의 통용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사회에는 공무원사회에서만 쓰는 언어들이 있다. 바쁜 윗분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빠른 시간안에 결심을 받기 위해서 축약어, 한자어 등을 많이 쓴다. 그리고 유난히 자주쓰고 좋아하는 단어들이 있다. 본문에 나온 예시에서 보면 '효율', '획기적', '통합', '변화' 등.. 그래서 일반인이 공문을 봤을 때 분명 한국어 문장인데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들이 쓰는 말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을 상대하는 정부가 국민이 이해하는 말을 사용해야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저 담화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이 한번에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썼으니 좋지 못한 글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에는 100%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유시민 작가가 고쳐 쓴 내용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좋은 글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도 현재 글을 조금 더 쉽게 쓰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쓴다. 많은 사람이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능력에 감탄하며 부러워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져 있는 피나는 노력은 집중하지 않는다. '글재주가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하는 지인들에게 유시민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거 아니거든! 나도 열심히 했거든!(49p)





나도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글을 잘쓰기를 누구보다도 소망한다. 하지만 그 소망에 비해 시간을 쓰지 않았다. 머리로만 알고 있었지,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유시민 작가 정도의 레벨에 있는 사람도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서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쓴다.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덧) 이제 내 글을 Open할 시간이다.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는 말아야 한다.(중략)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 없다.(93p)




내 글이 남에게 읽혀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많이 하면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 순간마다 마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남들앞에 서는 듯한 부끄러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악플보다 무플이라는 말을 기억하며, 혹평을 즐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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