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니면서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교수님을 보면서 나도 한 분야에 정통한 학자가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군에 있을 때 공무원이 되고 싶어 공무원을 준비하면서도 한켠에는 대학원 진학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대학원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 아니기에 학부생들에게 교수님들을 도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TA, RA 등 열심이 있다면 학문적으로도 그리고 수업적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었다. 나는 미시경제학 TA를 1년간 했다. TA 세션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실 비슷한 실력을 가졌지만, 한두학기 먼저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게 그것도 지식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많이 부담이 됐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고,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RA도 참가해서 연구 보조로 일을 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부부처에서 나가는 연구용역이 과거 나와 같은 실력 없는 연구보조자들의 자료조사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RA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매주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응대해야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주어진 공부는 나름 소화를 했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에는 부족한 실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직장에 들어와서 처음 몇해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일을 하면서 적응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내가 혼자 쓸 만큼의 넉넉한 돈을 받는 다는 것에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에 적응 될 무렵 슬슬 내 안에 숨어있던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로스쿨을 준비했다. 경제학 전공을 하면서 법학을 복수전공해서 익숙한 학문이었고, 지금 같은 시대에 전문자격증은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LEET성적이 월등히 좋지 않은 측면도 있었고, 지원 전략이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 특히 나는 서울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LEET성적에 맞춰 지방 로스쿨을 지원했으면 지금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있다. 두번의 시도에도 모두 면접에서 탈락하자 깨끗이 로스쿨은 포기했다. 사실 직장을 휴직하고 로스쿨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생활비에 비싼 학비에 비용적인 부분에서 큰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눈을 돌려서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좋은 기회를 찾아봤다.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 중 하나가 바로 국비 유학이다. 2년짜리, 1년공부+1년직무, 1년짜리, 국내1년+국외1년 등 공무원들이 실력과 열정만 있다면 지원해서 갈 수 있는 다양한 유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것은 부처내에서 선발하는 유학이다. 청 내에서만 경쟁을 하면 되고, 2년동안 외국에 나갈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나는 텝스에 많이 약하다. 토익은 조금 공부하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데 반면, 텝스는 아무리 해도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전 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국비유학 선발은 대부분 텝스 점수를 기준으로 둔다. 하지만 청 내에서 하는 영어 기준은 토익, 토플 등 다른 시험도 인정을 해주기 때문에 영어점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전입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청내 추천을 받으려면 청 안에서 인정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애시당초 부처 내 선발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가장 가고 싶었던 과정 중 하나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S)에서 1년을 공부하고, 나머지 1년은 국외에서 교육을 받는 국내외 연계과정이었다. 국내외 연계과정은 서울대와 KDIS에서 제공을 하는데 서울대는 정식 텝스로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KDIS는 I-TEPS를 적용해서 스피킹 시험을 함께 봤다. 개인적으로 독해, 리스닝, 문법, 어휘를 판단하는 텝스만으로는 기준 점수를 넘기 힘들어서, 스피킹까지 합산해서 점수를 내는 I-TEPS가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I-TEPS도 일반 텝스랑 유사하게 독해, 리스닝, 문법, 어휘를 공부해야한다. 당장 시험 준비를 위해 영어책을 샀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또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함께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꿈을 향한 걸음이기에 또 힘차게 한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