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너머의 통일
통일부에 근무하던 시절, 통일은 민족의 숙제이며 통일을 꼭 달성해야하는 숙원 사업으로 생각 했다. 통일을 통해 경제도 더 발전하고, 평화가 찾아오며, 불필요한 분단비용일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더 깊이있게, 그리고 제 3자적 입장에서 통일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항상 예시로 내세우는 통일국가는 독일과 베트남이다. 독일은 평화통일의 상징으로, 베트남은 무력통일의 상징으로. 그렇기 때문에 독일 통일이 더 부각되었다. 동서독이 통일하면서 독일은 잠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그것을 극복해낸 좋은 케이스였다. 내가 알고 있는 독일 통일에 대한 것은 이게 전부였다.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접했다. '환상 너머의 통일'이었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만 강조되는 요즘, 반대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함을 지적한 책이었다. 책의 저자들은 독일통일의 당사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자유진영이었던 서독인들이 아닌, 공산진영이었던 동독인들이 중심이었다. 동독 사람들은 '통일을 당했다'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통일의 과정과 결과는 서독 중심이었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것도 남한 중심의 통일이다. 체제 우위나 경제력 측면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 중심의 통일은 생각할 수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통일을 당하게 될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서독식 체제가 동독을 집어삼켰다. 동독인은 완전히 다른세상, 곧 서독인이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 안게 됐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고 목표하는 통일이 북한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는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우리야 우리가 살고 있던 그대로 살아가면 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많이 바뀐다. 그래서 동독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통일 당시 어린연령층은 잘 적응하며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갔지만, 이미 기성세대로 성장한 사람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인간적인 면을 많이 생각했으면 합니다. 체제가 변한다는 건 인생의 전제조건이 변화함을 뜻합니다.
하나원에서 근무할 때 입소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 면모를 보면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부터 시작한다.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 ATM기를 사용하는 방법 등 일상생활에 관한 것은 물론 일자리를 어떻게 구해야하는지, 사회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교육을 한다.
통일이 된다면 이러한 교육이 비단 몇명의 사람들에게만 이루어 지는 지금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이 대규모의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진행되어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상 양쪽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지만, 통일의 문제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된다. 당장 나부터도 통일의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생각했지 통일 이후에 북한 사람들이 겪을 '현실'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통일이 과연 핑크빛 미래로만 기대될것인가? 이것에 대한 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는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