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한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우리는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사회를 배우고 규칙을 배우며 자라난다. 일반적으로 집에는 부모님, 형제자매 등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통계는 4인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4인가구 1달 생활비, 4인가구 거주 수준 등,
사회가 빨리 변해가고 점점 첨단화 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가정의 개념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500만을 훌쩍 넘는 세대다. 이에 따라 과거 넓은 집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몰랐다면 지금은 소형평수, 그것도 주변에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작은 평수의 아파트와 집이 인기가 아주 높다.
2011년, 서울에 직장을 구해 처음으로 상경을 했다. 지방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방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직장만큼은 서울에서 다니고 싶었다. 지금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그 당시에는 서울에만 가면 내 삶도 서울의 밤처럼 화려해질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허름한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해서 자취도 아주 수월하게 할줄 알았다. 하지만 기숙사와 원룸은 개념 자체가 달랐다. 기숙사는 정말 잠자고, 공부만 하면 다른 것들은 학교에서 해결 해줬다. 밥도 주고, 개인 공간을 제외한 공용공간은 청소도 해주고, 때되면 난방도 해줬다. 그리고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원룸은 나 혼자였다. 밥을 챙겨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늦잠자는 나를 깨워주는 사람도 없었다. 개인의 공간을 마련한 것은 참 좋았는데, 반대급부로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왔다. 3년 반의 자취생활을 하며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 이제는 기회가 없겠지만 만약 혼자 산다면 그 때의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처음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은 먼저 자취를 해본 사람이 주위에 없다면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다. 이 때 좋은 지침을 삼을 수 있는 책이 바로 "결혼하기 전에 한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이다.
이선주 작가님은 브런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시작하는 자취에 대한 단상을 고민하고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자신만의 언어로 후배에게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하게 소개해준다.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자취 생활에 대한 꿀팁은 덤이다.
이 모든 것이 생활을 기록으로 남긴 작가님의 노력 덕분임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 수록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흐릿한 기억으로 남은 것들 대부분은 아름다운 추억만 남게 된다. 작가님은 자취생활 중 일기를 통해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겼고, 그 기록은 좋은 것, 좋지 못했던 것들을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정신을 굳건히 할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나아가는 힘을 주는 일기이다.(79p)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는 여러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살다가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이 가득하다. 하지만 혼자라는 것을 직시하게 되고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한다는 외로움이 찾아든다. 밥도 혼자 먹어야하고, 청소도 혼자 해야하고, 심지어 바퀴벌레가 나왔을 때도 혼자 잡아야 한다.
나도 원룸의 문을 열었을 때 파스스 하고 시꺼먼 벌레가 도망치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당장 마트에 가서 바퀴벌레 약을 사오고, 여러 군데에 트랩을 설치해놨다. 잠시동안 안보인다 싶더니 잊을만 하면 나타난다. 이선주 작가님은 책에서 바퀴벌레 퇴치에 대해서도 좋은 팁을 준다. 남자인 나도 바퀴벌레를 보면 멈칫하고 주저하게 되는데, 작가님이 처음 바퀴벌레를 봤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그리고 치열한 사투 후 잔해물 처리에 얼마나 애를 먹었을지 생각하니 빙그레 웃음이 났다.
퇴근하고 돌아와 방문을 열면 스스슥 부엌으로 도망치던 놈. 그때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버리곤 했다.(119p)
자취를 하면서 가장 쉽지 않은 점은 바로 집안일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당연히 집에 있었던 화장지, 칫솔, 치약을 내돈 주고 사야했다. 한푼이 아쉬운데 이런걸 돈주고 사려니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집은 늘 깨끗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뒤에는 부모님의 매일 같은 청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빨래, 청소 어느 것 하나 노력없이 되는게 없었다.
넓지 않은 조그마한 방에도 청소를 한번 시작하면 왜이렇게 해야할게 많은 건지, 하루에 한끼 집에서 해먹을까 말까 인데 뭐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건지, 혼자사는데 쓰레기는 또 왜이렇게 많이 나오는건지. 미스테리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바로 해내야 진정한 쉼이 찾아온다고 작가님은 말한다. 그리고 지루한 빨래, 설거지를 할 때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들으면 그 시간이 더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미뤄서 좋은 거는 오래 놔둬서 좋은거는 된장이랑 고추장밖에 없는거여, 알았지 아가씨?(130p)
책을 읽으며 5년전 마무리한 3년반간의 자취생활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혼자살때 작가님이 말한 것처럼 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아쉬움도 찾아왔다. 나는 원룸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웠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ㅈ가졌다. 혼자 살아가는 공간, 그곳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결국 스스로가 선택해야한다. 희망가득한 꿈으로 채울지, 지독한 외로움으로 채울지, 자신의 몫이다.
대부분 자의반 타의반으로 혼자살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미리 혼자 살아본 선배의 꿀팁을 꼭 챙겨 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