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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Jul 30. 2019

글에는 글을 쓴 그 사람이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정부기관에는 행사가 많다. 행사에 참여하는 인사에 따라 행사의 규모와 급이 달라진다. 작년에 관련 업계 관계자에게 우리의 정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 시작에 앞서 기관장의 인사말씀 순서가 있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말씀자료를 쓰는 것이 가장 큰 고역이었다. 


 나는 기관장이 아니고, 기관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사람 입장에서 연설문을 쓰려니 머리가 깜깜해졌다. "안녕하십니까? xxx장 입니다. 바쁜 일정중에도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지 쓰고 나니 막막했다. 그래서 기관장으로 빙의하기로 했다. 내가 기관장이면 이런이야기도 하고 싶을거고, 저런 부분도 한번 짚어주고 싶을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멋드러진 연설문을 썼다.


김주무관, 이건 당신 생각이지... 여기에는 기관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나름 '신선하게'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내 생각을 썼다는 것이었다. 그 연설문은 내가 쓰지만 내 것이 아닌 기관장의 것이었다. '그러면 자기가 쓰지 왜 이걸 나보고 쓰래..' 불만에 입이 쑥 나왔지만, 계급 구조상 그런말을 할수는 없었다. 과거의 연설문을 찾아보고, 정책의 기조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했던 말들과 일치할 수 있도록 썼다. 과장, 국장....검토를 거치며 여러방면으로 수정되었고, 기관장은 당일에 그 연설문을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작은 조직의 기관장도 연설문 하나를 쓰려면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검토를 하는데 대통령은 그 검토의 수준이 어떠할까? #대통령 은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로서 권위의 상징이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보고서를 접한다. 수많은 관료 집단의 손을 거쳐 대통령 손에 보고서가 들어간다. 그 내용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기밀 사항부터 국정운영 전반에 관련된 내용이 간결하고 날카롭게 정리되어 대통령의 정책결정 및 판단을 돕는다.


 들어가는 보고서만 최고의 수준을 유지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통해 나오는 연설과 글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해야한다.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는 자리이기에 글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되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명확히 반영해야한다. 그래서 강원국 작가가 소개하는 두분의 대통령은 더더욱 글에 힘을 쏟았다.


 파면당한 前대통령의 비선실세 사건 이후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강원국작가 는 고백한다. 참으로 웃픈현실이다. 몇 년전 추운 겨울 온 국민은 촛불을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한 리더는 그렇게 나라의 실권을 아무런 자격없는 자에게 넘겨줬다. 리더란 모름지기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표현하고 전달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두분의 대통령은 그 일의 무게를 알고, 그 무게를 견디며 실천했다.




 두 분 대통령의 연설문과 글 안에는 그 분들의 사랑이 들어 있다. 진심이 들어있다. 국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수 있을지 치열한 고민이 들어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과 글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것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책에 실린 연설문과 메모에 두분의 숨결이 살아 있었다. 


 글은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똑같은 문자로 표현을 하지만, 글 쓴 사람이 담겨 있어야 한다. 보통의 사람의 얼굴에 눈 두개, 코하나, 입하나, 귀 두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생김새가 전혀 다른 것처럼 글도 그래야 한다. 글도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대통령의글쓰기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서 강조한다. 바로 #독서. 그도 그럴것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풋(input)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글이 뚝딱 나오지 않는다. 충분한 인풋이 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 전제조건이 달성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인풋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 진다. 


 두분의 대통령은 글을 쓰는사람이기 이전에 소문난 독서광이었다. 바쁜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늘 짬을 내어 책을 읽으셨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리더십비서관 자리를 신설해서 책을 읽고 요약해서 보고하는 역할을 맡길 정도로 새로운 정보, 새로운 책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




8년간 힘이 되어준 건 독서! (한겨레 신문, 17.1.17.)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버락오바마 도 독서광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수장으로서 8년간 얼마나 바쁜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나는 출퇴근을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내가 타는 버스는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 앞을 지난다. 그곳에는 파면당한 前 대통령이 있는 곳이다. 그분은 시간이 있을 때 드라마를 봤다고 전해진다. 책을 보는 대통령과 TV를 보는 대통령, 독자적인 사색과 철학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국정철학의 방향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은 후에는 사색을 통해 자기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독서를 하는 것으로 무작정 좋은 글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많은 인풋이 있다고 좋은 결과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홍수때 마실물이 없다"는 말처럼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너무 많은 정보는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색의 시간을 통해 독서로 받아들인 정보를 숙성시켜야한다. 이 숙성된 것들이 온전히 내것으로 체화될 때 비로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토양이 다져진 것이다.



독서를 통한 정보입수(인풋) → 사색을 통한 정보의 숙성 및 체화 → 좋은 글(아웃풋)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


 글을 쓰다보면 욕심이 난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이야기도 하고 싶고, 저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횡설수설하게 된다. 주로 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러한 실수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행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 해당 행사에 대해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괜시리 윗분들에게 내가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같이 검토했다는 것을 "티내고"싶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을 포함한다. 그러면 내가 볼때는 다방면에서 검토한 보고서가 된 것 같지만 바쁜 윗분이 볼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보고서가 된다.




한문장에는 한가지 주제만!!


 욕심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 한문장에는 한가지 주제만 담아야 한다. 또한 강원국 저자는 횡설수설하지 않기 위해 명료해야할 세가지를 제시한다.



1. 주제(Subject)
2. 뼈대(Structure)
3. 문장(Sentence)


 세가지를 잘 기억하기 위해 각각의 영어 단어 첫문장 S를 모아 3S로 이름을 붙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자..




그런데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하지??


펌프로 물을 퍼올릴 때 마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글의 새 파일을 띄워놓고 하얀바탕에 까만 커서가 깜빡거릴 때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딱 첫문장이 시작되면 그래도 그 뒤로는 줄줄 뭐가 나올 것 같은데, 그 첫문장이 쉽지 않다. 첫문장은 #마중물 과 같다. 한바가지의 물로 인해 지하 깊숙히 숨겨져 있는 엄청난 물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으로 부터 배운 다양한 첫문장 쓰기 기법을 공유한다. 질문/통계자료/유익강조/정의/속담이나 격언 인용 등... 나는 보통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는지 돌아보았다. 인사말씀이나 행사자료를 쓸 때는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한다. 가장 무난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체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시작한다. 글은 주로 정의/격언 등으로 시작한다. 물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자. 일단 시작은 했고...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문체, 방식도 학창시절부터 쌓여온 글쓰기 방식에 대한 결과물이다. 좋은 글을 잘 서술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삭제/접속사 절제/논리적전개/메시지 전달방식 선정/선택과 집중/평면과 입체 등 여러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내 글을 돌아볼 때, 군더더기가 많다고 생각이 된다. 의식적으로 글을 깔끔하게,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하지만 나도모르게 중언부언하게된다. 쓸데없는 부수적 수식어도 많다. 접속사도 같은 맥락에서 많이 쓴다.(첫모임을 통해서 못난글은 군더더기가 많은 글, 복문임을 배웠다. 의식적으로 문장을 짧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접속사를 안쓰기 위해 노력한다..검토하면서 접속사를 지웠다..)




현장감과 근거제시


 아무래도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보고서 이기 때문에 보고서에 많이 적용을 하게 된다. 보고서에는 현장감과 신뢰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보고서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행사관련 보고서는 현장감이 생명이다. 글만으로는 행사의 현장감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고서에 사진, 도표, 일러스트 등을 포함하여 현장에 가보지 않은 상관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보고서의 생명은 #신뢰도 이다. 보고서에 거짓 수치가 들어가 있으면 그 보고서는 아무리 잘쓴 것이라해도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적절한 통계와 수치, 국내외 사례 등을 제시하여 보고서가 신뢰도 높은 것임을 입증해야한다.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빼라


 글은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쓴다.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강원국 저자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달변가와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가진 사람이 토론을 했을 때 결국 대중은 단순한 메시지를 기억한다. 노무현대통령께서 재임시절, 대통령 4년 중임 개헌 제안을 했을 때도, 당시 야당대표의 무논리지만 단순한 메시지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지지했다. 나는 그 당시 군복무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오히려 야당대표의 메시지는 기억을 하고 있다.


 단순한 메시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때, 말을 할 때 핵심 메시지를 잘 포장하고 표현해야한다. 광고가 바로 명료한 메시지의 표본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해당 상품을 잘 표현했을 때 그 광고는 성공한 광고이다. "또하나의 가족" "진심이 짓는다" 등 지금도 기억나는 문구들이 있다. 





글을 마치며...


 어렵게 글을 시작했고, 신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글을 마쳐야 할 타이밍이 찾아온다. '모든 일에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모든 단계가 다 중요하겠지만, 마무리가 중요하다. 어떻게 글을 끝내느냐에 따라 글 전체 이미지가 기억되기 때문이다. 


 인용/정리/청유,당부/기대표명/덕담/전망 등 다양한 마무리 방법이 있다. 나는 주로 앞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글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나중에 꼭 써먹고 싶은 방법이 하나 생겼다. 바로 여운이다. 물론 작가의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실패하면 썰렁해지는 분위기도 덤이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가장 피해야할 마무리는 질질 끄는 마무리이다. 가장 좋은 예로 모두가 한번씩은 다 겪어 봤을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다. "마지막으로...우리 학생들은....  자 그러면,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며......끝으로....." 가뜩이나 긴 장광설에 지쳐있는 학생들은 마무리를 기대하다가도 계속 이어지는 말씀에 지친다. 강원국 작가는 이러한 것이 바로 "사족"이라고 이야기한다.




되돌아보기...퇴고.


모든 초고는 걸레다.




 초고부터 명작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글을 쓰고 나서 다시 읽으면 고칠 것 투성이다. 실제 쓰는 시간보다 퇴고하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퇴고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특강에서도 동일하게 이야기 하듯이  '소리내어 읽을 때 자연스러운 글이 자연스러운 글' 이다.


 퇴고를 할 때는 철저한 '타자화'가 필요하다. 내가 쓴 글을 내가 보면 어지간해서는 오류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국작가는 쓰고 난 후에 잠시묵혀두고 독자의 눈으로 다시 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남이 쓴 글에서의 오타는 귀신같이 찾아내면서 내글의 오류는 찾아내지 못하고 상사에게 들고가서 혼나는 적이 많다. 독자의 관점에서 내 글도 날카롭게 바라봐야겠다.




제목은 글의 얼굴이자 이름

 모든 책에는 제목이 있다. 글에도 제목이 있다. 제목을 짓는게 정말 어렵다. 제목센스가 있으신 분들을 보면 너무나 부럽다.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해야한다. 내용과 관계없이 아무렇게나 지을 수도 없다. 그리고 제목도 트렌드가 있어서 과거 구시대적인 제목을 붙였을 때는 여지없이 외면당한다. 



내용을 다쓰고 제목을 다는게 맞나요? 제목을 달아놓고 내용을 쓰는게 맞나요? 
선택은 자유입니다!


 강원국 작가는 다 쓰고 제목을 단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편이다. 보통 가제를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후 내용을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을 한다. 내용을 아우러야 하고, 제목의 현재 트렌드도 따라야 하는 등 고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도 이 서평의 제목을 결정하지 못했다.





진짜로 글을 마치며


 두분의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에 깊이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은 두분 대통령 이야기 보다는 글쓰기에 있다.  두분 대통령의 글쓰기 기초와 철학을 배웠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글에는 그 사람이 있다. 노무현대통령도 관료를 임명할 때 해당 후보자의 글을 먼저 찾았다고 한다. 두분 대통령의 따뜻한 마음을 글과, 그 글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지 반성했다. 내 글에는 내가 있는지. 아니면 덕지덕지 화장칠이 된 모조품이 있는지. 내가 온전히 담긴 글을 쓰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독서가 수반되어야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 부터 고민해야 하고 끊임없이 퇴고를 해야한다. 그리고 글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제목을 붙여야 한다. 


 진짜 나를 드러내는 글, 글을 봤을 때 내 마음을 독자가 옅볼 수 있는 글, 그러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에서 배웠듯 여운을 남기며 서평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글을 한번만 대충 쓰실 분은 적당히 내용을 베낄 수 있는 다른 책을 찾아보세요. 하지만 앞으로 평생의 삶에서 제대로 글을 쓰실 분은 이 두 분 대통령의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글 안에 나를 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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