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세상을, 나는 너를 바라본다
온종일 잠을 자는 시기를 좀 지나면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기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은 흑백이고 뿌연 세상일 텐데도 엄마 뱃속보다 볼 것이 많은 이곳이 신기한가 보다.
엄마를 빤히 보기도 하고 천장을 멍하니 보기도 한다. 엄마는 네가 사는 곳을 하나씩 꼼꼼히 보여주고 싶다. 수시로 창가로 나가 앞집 벽돌, 하늘, 지나가는 사람을 보여준다. 비 오는 날엔 창문을 열고 비 오는 소리도 들려준다.
아기는 창밖을 바라본다. 처음 만난 무언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런 편견도 없이 아주 깊이 또렷하게. 낯설어하지도 않고 눈 속에 가득 담는다.
아기의 눈빛을 볼 때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항상 궁금하다. 그렇게 아기는 세상을, 나는 아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