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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Sep 26. 2021

수사과는 형사과와 다르다

드디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시작되었다. 

앞서 계속 살인사건을 예시로 들었으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가 가장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접하기 쉬운 사건이며 그러한 사건을 맡는 곳이 '형사과'이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고 수사 또한 매우 직관적이어서 그런지 언론이나 창작물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것 또한 그쪽이다. 

하지만 형사과의 크기만큼 큰 곳이 수사과이다. 

수사과는 보통 경제범죄수사팀, 지능범죄수사팀,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나뉘어 있다. (경찰서마다 차이가 있다. 조직이 워낙 커서 일률적으로 이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조직 내에 없다고 보면 된다.)

팀 이름이 와닿을 듯 와닿지 않는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그게 맞다. 

어떤 범죄는 어디서 한다라고 하는 것을 업무분장이라고 하는데 업무분장이 칼같이 나눠지지 않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볼 때 둘 쩨가면 서러울 곳이 수사과이다. 

아마도 수사관이 제일 많이 싸우고 목소리 커지는 게 민원인이 아니라 업무분장 때문에 서로 싸울 때일 것이다. 

그만큼 복잡하다. 

세상에서 복잡한 문제엔 돈이 걸려있다. 

그렇다. 돈이다. 

수사과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것은 돈과 관련된 일이다. 

내가 일하는 곳이 바로 수사과이다. (팀은 중요하지 않다. 다 해봤으니까.)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만큼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인데, 이상할 정도로 무지한 게 또 돈과 관련된 범죄다. 

강력범죄와 경제범죄는 그 수사방법이 확연하게 다르다. 수사부서에 일하는 수사관들은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앉아서 일한다. 경찰관은 다 밖에 뛰어다닐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미지에 제일 안 맞는 것이 수사부서 직원들일 것이다. 

그 들이 움직이는 것은 사람을 잡는 체포영장집행일 때와 물건을 확인하는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집행할 때뿐일 것이다. 수사부서에서 영장의 집행은 중간 이상의 단계이다. 어쩌면 가장 마지막 단계일 수도 있다. 강력범처럼 증거를 수집하고 사람을 잡고 시작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창작물에서 수사부서는 매우 재미가 없을 거라 확신한다. 다들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고, 종이만 넘기고 있는 침묵만 계속 흐를 테니까. 

실제 업무가 그렇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있고,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고소인과 피의자를 만나고 있다. 

그 들은 도망 다니지 않는다. 할 말은 누구보다 많다. 

강력범이 하는 변명이 아니다. 서로가 옳다.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내가 일하고 있는 경제범죄수사팀을 기준으로 이야기해보자. 

고소인이 피해를 당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한다.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확신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소장을 제출할 리가 없다. 

고소를 당하면 바로 피의자가 된다. 피의자는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다. 이 또한 언론과 창작물이 만든 고정관념이다. 실제로는 어떤 허무맹랑한 고소라 하더라도 반대편에 이름이 적히는 순간 피의자가 된다. 사람을 A나 B라고 할 수 없으니까 호칭을 붙이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 장의 고소장으로 고소인과 피의자가 나뉘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소인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고 수사관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피해를 증명할 자료를 수사관에게 건네준다. 수사관은 이야기와 자료를 보고 어떤 죄명에 해당할지 생각한다. 그다음에 피의자를 부른다. 피의자도 할 말이 많다. 고소인만큼이나, 혹은 더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다. 

자료의 산이다. 고소인과 피의자의 진술과 제출한 자료의 무덤에서 수사관은 법률에 맞는지 검토하고 정리한다. 

이렇게 말하면 매우 깔끔할 것 같고 단순할 것 같지만 아니다. 

앞서 돈과 관련된 범죄에 무지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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