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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숭이 Apr 16. 2021

무제

감히 이름붙일 수 없는 슬픔

기쁜 날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둘째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 생명이 선사하는 기쁨으로 들떠 있을 때,

그 소식을 들었다.

곧 모두가 구조되었다고 했다.

크게 마음쓰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갈수록

어두운 진실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그제야 불길한 예감에 몸이 떨렸다.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옆에 누운 첫째와 뱃속의 둘째를 끌어안고

정신을 붙잡았다.


그러다 이내,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를 일으키고 지탱하는 힘, 자식.

누군가는 오늘 이런 대상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기쁨이 죄스럽고

그날의 슬픔에 목이 멘다.


내게 생명이 찾아온 날.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간 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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