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아이 #15
아들 친구가 놀러왔다.
당초 다섯 시까지만 놀고 가기로 약속을 했건만
집 안으로 카레 냄새가 퍼지자 모두에게 들리도록 중얼거린다.
"와 카레 맛있겠다. 나 카레 좋아하는데."
식사 전에 손을 씻다가 바지를 적신 아이는
젖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내보이며 자신의 찝찝함을 피력한다.
"아, 새 바지로 갈아입고 싶다."
새 바지를 얻어입고 저녁식탁에 앉아선
돈까스의 크기를 열심히 가늠한다.
"제일 큰 돈까스 저 주세요."
식사 후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저 혼자 집에 못 가는데요? 저 겁 많아요."
나는 아들친구를
'호소력이 좋고 의사표현이 확실한 아이'
라고 기억하고 싶다.
부디 내 아들들도 어딘가에서
'활력이 넘치고 모험심이 강한 아이'
로 기억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