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아이 #17
창밖으론 눈이 내려 쌓이고,
화로에선 밤이 구워지는
토요일 오후.
밤 굽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던 첫째가 갑자기 한숨을 쉰다.
"한 시간 뒤면 난 또 심심해지겠지."
"얌마, 지금을 즐겨.
네 동생 좀 봐라.
오로지 눈 앞의 즐거움에 충실하잖아.
저렇게 살면 인생이 얼마나 재밌겠어."
난데없는 아빠의 칭찬에
양 볼 가득 군밤을 밀어넣던
둘째의 광대가 씰룩거린다.
"물론 저런 애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연습이 좀 필요해.
까딱하면 거지되기 십상이거든."
훅 들어온 아빠의 디스에
둘째는 광대를 바로잡고
아빠를 향해 눈을 치떴다.
흡사 해바라기씨를 줬다 뺐는
인간을 바라보는
햄스터의 눈빛이었다.
아빠는 못 들은 것 같지만
나에게는 들렸다.
눈으로 말하는 둘째의 항변이.
"아빠, 난 가만히 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