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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숭이 Dec 22. 2021

눈으로 말해요

오 마이 아이 #17




창밖으론 눈이 내려 쌓이고,

화로에선 밤이 구워지는

토요일 오후.


밤 굽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던 첫째가 갑자기 한숨을 쉰다.

"한 시간 뒤면 난 또 심심해지겠지."


"얌마, 지금을 즐겨.

네 동생 좀 봐라.

오로지 눈 앞의 즐거움에 충실하잖아.

저렇게 살면 인생이 얼마나 재밌겠어."


난데없는 아빠의 칭찬에

양 볼 가득 군밤을 밀어넣던

둘째의 광대가 씰룩거린다.


"물론 저런 애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연습이 좀 필요해.

까딱하면 거지되기 십상이거든."


훅 들어온 아빠의 디스에

둘째는 광대를 바로잡고

아빠를 향해 눈을 치떴다.


흡사 해바라기씨를 줬다 뺐는

인간을 바라보는

햄스터의 눈빛이었다.


아빠는 못 들은 것 같지만

나에게는 들렸다.

눈으로 말하는 둘째의 항변이.

"아빠, 난 가만히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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