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아이 #18
오전 9시55분.
학교앱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첫째 반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긴급알림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학교로 걸어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삼삼오오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펼쳐지는 참으로 대조적인 광경.
"야~이제 우리 죽었어~캬캬캬캬!"
"우리 상현공원에서 놀자, 빨리 마쳤잖아."
"아 뭐래~집에 가라고 하셨어!"
"괜찮아, 어차피 우린 다 죽을 거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삼삼오오 모여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머스마들 곁을
사뭇 심각한 표정의 여자아이들이 부지런히 스쳐간다.
그 와중에 첫째는 콜렉트콜로 전화를 걸어 지 말만 하고 뚝 끊는다.
"엄마!! 선생님이 책 다 가져가래! 빨리 와서 내 가방 쫌 들어줘!"
어이가 없다.
정신을 가다듬고 첫째와 둘째를 챙겨 보건소로 향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인파 속에서
끊임없이 웃고 장난치고 떠드는 꼴이
영락없이 머스마들이다.
"야 우리 놀자~ 너무 지겹다~~"
"그래 가자! 저기 놀이터 있어~"
"엄마, 우리 저 옆에 놀이터에서 놀고 올게."
"형, 우리 심심한데 레슬링하자."
누가 이들을 역병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로 보겠는가.
흡사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관람객의 모습이다.
자기 반에 확진자가 나와서
한 반 전체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이 시국에
같은 반 친구라며 반가워하는 철딱서니들.
아이들끼리는 반갑고, 엄마들끼리는 멋적다.
다행히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날,
보건소 앞은 다시 한 번
만남의 광장이 될 예정이다.
아 옛날이여.
아 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