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어
아무 거리낌없이 길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식당종업원의 계산실수에 뒤도 안 돌아보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실수로 남의 차를 박아놓고 주변을 둘러본 뒤 조용히 차를 빼서 자리를 피하는 사람.
그게 부끄러운 일인 줄도 모르고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떠드는 사람.
치부를 치부인 줄도 모르고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면 사소하게 정이 떨어진다.
범인(凡人)은 차마 하지 못하는 탈선을
스스럼없이 해내는 비범인(非凡人)에게 질투가 난다.
너에겐 왜 '차마'가 없는가.
너는 왜 그렇게 인생을 쉽게 사는가.
나는 갖지 못한 비범함에 대한 질투를 멸시로 포장한다.
그건 아마도 내가
보통의 양심을 지녔기 때문일 게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학습된 양심.
정작 칼날같은 양심이 바로 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양심 따위 무디든 말든 묵묵히 자신의 칼을 갈 뿐이다.
그다지 날카롭게 벼리어지지도 않은 양심으로
범인(凡人)은 오늘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꾸역꾸역 지키고 산다.
*범인 : 평범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