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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수 May 15. 2016

당태종 부부는 독서광이었다

임사영, 『황제들의 당 제국사』, 푸른역사, 2016



임사영의 『황제들의 당 제국사』(류준형 옮김, 푸른역사, 2016)를 읽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제국을 이룩하고, 주변 민족의 문물까지 흡수하여 찬란한 문명을 이룩한 당나라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읽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고구려를 침략한 일로 비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추앙되는 당태종의 훌륭함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무위를 떨치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 태종은 즉위한 이후로는 손에서 책을 떼어놓은 적이 없는 독서광이었습니다. 특히 역사를 좋아했던 그에게 책은 현재에 대한 거울을 제공했고, 역사를 통해서 그는 일의 흥함과 쇠함을 꿰뚫어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태종의 황후로서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여성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장손황후 역시 독서광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머리를 빚을 때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책을 사랑했으며, 그로써 지혜를 쌓아 고비마다 당태종의 뛰어난 동업자로서 역할을 다했습니다.


짐은 비록 어려서부터 전쟁에 참가했던 탓에 독서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정관 연간 이래로는 손에서 책을 놓아 본 적이 없고 또한 이를 통해 백성들을 교화하고 국정을 다스리는 근본 이치를 깨달았다.(당태종)
장손황후는 또 개인의 수양을 중시해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를 했고 과거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 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머리를 빗을 때에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태종이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아울러 당태종은 아들인 당고종 이치에 대한 교육도 엄격했습니다. 그는 아들이 훌륭한 군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시때때마다 엄격한 가르침을 베풀었고, 고종 이치 역시 그 가르침을 물 흐르듯이 받아들여 부인인 무측천과 함께 성세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치가 하루라도 빨리 성장해 자격을 갖춘 태자가 되길 바랐던 태종은 태자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략) 일상생활에서도 각종 소재를 이용해 교육했다. 예를 들어 이치의 밥 먹는 모습을 보고는 “너는 농사짓는 것의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 농사의 때를 놓치지 않게 해야만 먹을 양식이 확보된다.”라고 훈계하고, 이치의 말 타는 모습을 보고는 “말의 힘을 모두 소진시키는 일이 없게 해야, 지속적으로 탈 수 있는 말을 얻는다.”라고 가르쳤다. 배를 타는 일이 있으면, “물은 배를 떠 있게 할 수도 있지만 배를 전복할 수도 있다. 물은 백성과 같고 배는 군주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가르쳤다. 이치가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을 때에는 “목재는 먹줄의 도움이 있어야 곧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처럼 군주도 주위의 권유와 간언을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올바른 군주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당태종과 장손황후는 여러모로 잘 어울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리더의 성패는 남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래의 일화들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어려서부터 활쏘기를 좋아했던 태종은 화살과 궁에 대해 스스로 정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아끼던 양궁(良弓) 십여 자루를 공장(工匠)들에게 보여 주었다가 하나같이 궁의 목심(木心)이 바르지 않아 좋은 활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조차 실수와 잘못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한 사람의 능력에만 의지해 넓은 사해천하를 통치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치세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태종은 자주 신하들로 하여금 정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요구했다. (57쪽)
제가 알기로는 명군 아래의 신하만이 황제에게 직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위징이 황상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로 직언한 것은 황상께서 도를 갖춘 명군이심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이 있는데 제가 어찌 정식으로 예를 갖춰 감축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장손황후)




아래는 이 책에 나오는 당태종 어록입니다. 하나하나 귀감이 될 만한 말입니다.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일의 흥함과 쇠함을 꿰뚫어볼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야 강한 풀을 찾을 수 있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겪어야 진실된 신하를 알아보게 된다. 
법이라는 것은 천하에 믿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치안의 근본은 오직 인재를 얻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사리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천하의 대치(大治)를 이루기 위해서는 불초한 자를 기용해서는 아니 되니, 대란(大亂)은 곧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를 쓰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현명한 것을 임명하면 천하의 복을 누리게 되고 불초한 자를 임명하면 천하의 재앙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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