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착각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1주일에 40시간 일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서 “테크놀로지의 짜릿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데 함께하려면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대 100시간까지 가능하지만, 80시간을 넘어서면 고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므로 곤란하다고도 덧붙였다.
자기 딴엔 멋있어 보이는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나친 노동강도 때문에 직원을 구하기 어려워진 테슬라의 속살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자기정당화에 불과하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기 최면에 빠져서 함께 일하는 사람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유아적 강박증의 표출이기도 하다.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돌풍을 일으킨 테슬라는 한때 차산업 혁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6년 모델3를 내놓으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었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예약이 32만 5000대를 넘어서자, 이 물량이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차량인도 기간이 한때 18개월에 이르렀는데, 스포츠카라면 몰라도 직장에 출근하고 가족과 여행할 차를 고르면서 이렇게 오래 기다려줄 고객은 거의 없다. 당연히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디지털 사업은 간단한 복제행위만으로 고객이 바라는 제품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지만, 자동차 같은 물건을 만들려면 조밀하게 조직된 인간-기계 협업 시스템과 함께, 전 세계에서 주문한 부품을 생산에 필요한 만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첨단 물류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일단 생산부터 한 후 업데이트로 고객 불만을 상쇄하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자동차 같은 하드웨어 제품은 인간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등 고도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처음부터 완전해야 한다. 머스크는 이를 잘 알지 못했다. 디지털에서는 최고의 혁신가였지만, 아날로그에서는 걸음마 뗀 아기에 지나지 않았다. 결과는 어떠했던가.
머스크는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자면서” 1주일 내내 하루 22시간씩 일해야 했고, 직원들 역시 생산량을 맞추려고 주당 평균 100시간씩 일하는데도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음이 몸을 앞서면 몸은 분명히 망가진다.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같이 부서진다. 긴장을 견디다 못한 탓인지 머스크는 생방송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회사는 종교단체가 아니다. 월급 때문에 순교할 사람은 없다.
심지어 예수조차 말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일과 삶의 균형’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은 대부분 안 하는 게 옳다. 자신을 망치고 타인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비명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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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책과 미래’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