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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수 Nov 15. 2018

애독자, 가끔은 독자, 비독자

‘애독자’ 시대의 종언과 ‘비독자’ 시대의 독서 정책

‘2018 책의 해’를 맞이해, 독서에 대한 각종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 9월 말에는 이순영 고려대 교수가 10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자개발연구 결과가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고, 조만간 전국의 독서동아리 관련 조사연구도 발표될 예정이다. 


국가 예산을 투입한 잇따른 독서연구는 현재의 독서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연간 독서율은 59.9%에 불과하다. 성인 10명 중 4명은 한 해 내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비해 5.4%p 감소한 수치다. 지난 10년 동안 반등한 적이 거의 없으므로 전망도 좋지 않다. 통계청 ‘2017년 사회조사 결과’는 더 낮아 만 13세 이상 남녀 중 독서인구 비율은 54.9%에 불과하다. 사실상 둘 중 한 사람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이다. 


독자개발연구에서 밝혀낸 애독자, 간헐적 독자, 비독자의 독서 빈도


독자개발연구에 따르면,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책을 읽는 애독자가 19.2%, 짧게는 한 달 길게는 한 해에 한 번 정도 책을 읽는 간헐적 독자가 57.8%,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비독자가 23.0%다. 실제로 책을 읽는다 하기 어려운, 한 해에 한 번 책을 읽는 독자도 15.4%에 달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한 해에 한 번 이하로 책을 읽는 독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비중이 커져 중학생 6.0%, 고등학생 10.1%, 20대 21.5%, 30대 25.9%, 40대 43.9%, 50대 53.0%, 60대 이상은 74.4%에 이르렀다. 참담한 일이다.


독자개발은 비독자를 독자로, 간헐적 독자를 습관적 독자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독서습관을 갖춘 애독자의 경우,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 간단하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독서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사람이 대다수니까 말이다. 이들은 알아서 시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지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적절한 호소를 통해, 또는 아침독서, 독서경영, 도서구입비 지원 등 작은 인센티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


현재의 독서정책은 대부분 이러한 ‘애독자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고 싶어 하지만, 과중한 업무 등 각종 사회적 제약 탓에 실제로 책을 읽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에 근거가 없진 않지만,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때가 왔다. 국민 전체에서 애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애독자 가설’에 근거를 둔 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비독자들은 애초부터 독서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독서 캠페인이나 각종 행사를 통해 독서를 강조해 왔지만, 결국 독서율 하락을 막지 못한 정책 실패가 이를 분명히 알려준다.


적어도 38.4%의 사람들은 현재의 독서정책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이들은 ‘인문학 특강’ 등 독서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고, 혹여 책을 읽는다 해도 취미실용 서적 등 실생활의 필요에 맞춤한 도서를 주로 선택했다. 모바일기기로 필요한 정보에 대부분 접근 가능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들을 독자로 만드는 것은 ‘애독자 가설’로 불가능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데 별로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연구에 나오는 독자 집단별 독서에 관한 자기 평가


실제로 책을 전혀 안 읽는데도, 비독자들은 7.2%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믿고, 9.7% 정도로 독서습관이 있다고 여기며, 12.1% 정도로 자신의 독서량에, 14.5% 정도로 독서능력에 만족했다. 일종의 자기기만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들을 독자로 전환하려면, 영국, 독일, 스웨덴 등 독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비독자 집단의 성향에 따른 세분화된 접근만이 그나마 실효성을 거둘 가망이 높다. 이들에게 독서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여러 사례, 즉 독서동아리를 통해 책 친구를 맺어주어 지인 추천을 활성화하며 대중매체에서 책 정보의 제공을 확대하는 것 등 다양한 ‘비독자 가설’을 마련해, 이를 체계적으로 집행하고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정부가 다양한 독서연구로 관심을 돌린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해마다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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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여기에 옮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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