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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수 May 07. 2016

인생이 외로운 것은
평생 두고 읽을 책이 없어서다

김헌,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 2016)


사람이 살다가 외롭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책을 읽습니다. 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저를 괴롭히던 문제들을 잊곤 합니다. 운이 좋을 때는 책 속에서 당면한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책의 주인공이 힘찬 목소리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잔잔한 음성으로 제 마음을 달래 주기도 합니다. ‘인생이 외로운 것은 평생을 두고 읽을 고전이 한 권도 없기 때문이다.’ 저는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이렇게 말을 하곤 합니다.

책을 쓰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 속으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독자가 그 세계에 매료될 때, 그는 그 세계의 시민이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달라집니다. 온종일 책의 바깥 세계에서 살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그는 집으로 돌아와 책 속의 세계로 깃들어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니까요. 

고전은 제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제가 힘들고 외로울 때 이길 힘과 지혜를 주었습니다. 고전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5~6쪽)



지난주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김헌의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 2016)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로마와 히브리 사람들의 오래된 책 속에 담긴 지혜를 갈무리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뒷세이아』로부터 시작해서 플라톤의 『대화』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성서 이야기를 거쳐서 키케로와 오비디우스에 이르는 긴 세월의 이야기가 이 한 권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서양 고전을 틈나는 대로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양 고전의 세계로 입문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확인하게 된 사실 하나. 은유, 즉 메타포라는 언어의 모호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언어의 참신한 명확성이라는 점. 역시 아리스토텔레스.



존재의 집인 언어에 적절한 장식과 색채를 옮겨와 입혀 줌으로써 거기에 깃들어 있는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힘. 세계의 그림인 언어에 새로운 시선과 시각과 관점을 부여하고, 새로운 색깔과 형태를 입히며 자유로운 상상의 전이(轉移)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힘. 그것이 바로 은유, 곧 메타포라의 신비한 마력이다. 이는 언어의 명확성에 참신성을 더한다. (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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