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수화기 아이콘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더라. 아래한글의 저장 아이콘이 무얼 본땄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 세대에게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앨범을 들었다는 표현은 와닿지 않을테다. 그래. 우리도 '마중물'같은거 뭔지 잘 모르잖아.
그래도 테이프를 감아가며 플레이어에 돌려보지 않은 건 손해다. 언제 어느 지점에 내가 원하는 부분이 나올지 몰라 감아대는 맛이 있는데, 그걸 걲어보지 못한 건 인생을 다소 심심하게 사는것일테다.
CD가 갈릴 때까지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난 안타까움이 있다. 용돈을 모아 음반샵으로 달려가고, 플라스틱 앨범케이스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어 올 때의 기쁨이란. 앨범커버아트는 요즘엔 그냥 스마트폰 미리보기 화면 정도일 뿐이지. 예전엔 CD케이스에 꽂혀있는 앨범커버를 조심스레 꺼내 가사집도 보고, 트랙리스트도 확인하고, 그러다 투둑 떨어지는 별첨본 평론도 소중히 읽어냈다. 하나의 앨범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참 근사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물성(物性)이 남지 않는다는 건. 우리에게 음악과 관련된 물성은 뭐가 남았을까. 유튜브뮤직의 자동생성 플레이리스트? 단 한 번에 원하는 구간으로 점프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엑정 터치? 흥이다. 미지근한 소맥을 종이컵에 따라 먹는 정도의 감흥만 남는다.
그래서말인데 종종 다시 앨범을 사모으기로 했다. 혹시 또 아나. 물성의 회복이 메말라버린 내 인성에도 좀 도움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