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쓴 택시를 타고 빈펄 사파리에서 넘어온 그랜드 월드는 입구부터 대나무를 엮어 만든 조형물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모습을 재현해 관광지로 탄생한 그랜드 월드는 대충 느낌만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 형형색색 건물들을 정성껏 색칠하고 수상택시도 탈 수 있게 해 두었다.
해가 쨍쨍할 때는 걸어 다니기가 영 버겁다. 수상택시 티켓을 끊어두고 시원한 밀크티를 마시며 여유를 즐겨본다. 오토바이에 껄렁하게 앉아 관광객에게 말을 거는 청소년들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수상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다. 아직 이곳은 새치기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 문화인듯하다. 우리 순서가 되어 타려던 찰나 앞으로 한 커플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4명이서 타야 되는 수상택시라 그 커플과 함께 타게 되었는데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던 커플 덕에 덩달아 사진을 많이 남기게 되었다. 그 커플은 이후 야시장에서도 마주치고 다음날 다른 야시장에서 지나가며 또 마주쳤다. 덕분에 즐거운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랜드월드는 밤에 더 빛이 난다. 관광객들은 밤에 열리는 야시장과 분수쇼를 보러 이곳을 찾아온다.
어둠이 내려앉고 아직 북적이지는 않는 야시장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음식과 풍경에 눈길이 절로 여기저기로 향했다. 그러던 중 동남아시아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던 사탕수수 주스가 눈에 띄었다.
음료를 팔던 어린 소녀는 아직 일이 능숙하지 않은지 주변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음료를 내어주었다. 20,000 VND 한국 돈으로 1,000원 남짓한 사탕수수 음료는 시원하고 깔끔했다. 설탕물과는 다르지만 아주 깔끔한 맛의 식혜를 먹는 느낌이었다.
중심거리와는 조금 떨어진 평점이 좋은 식당을 찾아갔다. 영어를 잘하고 친절한 직원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음식의 맛도 최고였다.
여행에서 무엇보다 음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이후 호찌민에서의 여행에서 식중독에 걸려 한국에서도 한 번 가보지 않았던 응급실에 갔던 것만 하여도 그렇다. 그 이야기는 이후 호찌민 편에서 쓰도록 하겠다.
그랜드월드에서는 밤 9시 30분에 분수쇼를 한다.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 위해 별다른 목적 없이 걷고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간식 khô gà가 눈에 띄었다.
핀란드에서의 교환학생 시절 베트남 친구가 선물로 주었는데 중독적인 맛이라 한참을 잊지 못하였다. 닭을 갖가지 향신료에 볶아 만든 khô gà는 첫맛은 향신료의 낯선 향에 어색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간식이다.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 간식이다. 베트남 친구에게 물으니 만들어진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음식이라고 한다.
소고기로 만든 것도 있으니 기회가 있다면 먹어보길 추천한다.
100g을 담아주는 아주머니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와 베트남어를 하지 못하는 내가 눈빛만 주고받자 옆에 계시던 손님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주었다.
얼마나 사고 싶은지 저울을 가리켜 보라 하시고 얼마인지 본인의 지폐도 꺼내 보이시며 알려주셨다.덕분에 맛있는 khô gà를 먹으며 분수쇼를 기다릴 수 있었다.
1kg에 400,000 VND 한국돈으로 20,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며 나는 100g만 구매하였다.
정확히 9시 30분이 돼서야 시작한 분수쇼는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겹겹이 주위를 에워쌌다. 낮에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던 수상택시는 화려한 불빛을 수놓은 채 인사를 건넸고 베트남 전통 공연부터 불쇼, 분수쇼, 레이저 쇼 등 보는 사람을 넋을 쏙 빼놓았다. 이것만 보러 푸꾸옥에 와도 될 정도로 퀄리티가 높은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해산하며 택시를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 서계시는 택시 기사님은 예약을 받은 상황인지 태워주실 수 없었고 택시 회사에 전화를 해보라 권하셨다. 전화를 하던 와중 그 기사님께서 다른 택시를 불러 세워 우리를 태워 보내 주셔서 덕분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지만 도움을 많이 받아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