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각,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어디에 연락해야 하나요?

by 일상의빛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 김부각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마트 매대에 편의점에 상품으로 진열되었다. 한 가수가 방송에 나와서 김부각을 먹은 후, 인지도가 급상승하였다. 맛이 궁금하여 한 번 사 먹어보니 바삭하고 짭조름한 맛이 자꾸 손이 갔다. 금세 완봉을 하고, 옛날 그 맛이 그리워졌다. 어릴 적 집에는 김부각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반찬이었다. 이 구역 요리사(할머니)께서는 김부각을 항상 맛있게 튀겨주셨는 데, 그 고소함과 바삭거림은 어느 과자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부각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하여 잠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부각은 주로 남부지역에서 많이 먹고 다시마, 미역, 김 같은 해초나 깻잎, 고추, 감자 등의 채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찹쌀풀을 바른 다음 말려두었다가 기름에 튀긴 요리라고 한다. 찹쌀풀을 바르지 않으면 튀각이고 바른 것은 부각이다. 삼국사기에 기록이 있다고도 하니 역사가 긴 전통음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주로 먹었던 것은 김부각이다. 색종이보다 좀 더 큰 네모난 김 모양에 찹쌀풀이 발라져 있었고, 그 위에 참깨가 잔뜩 뿌려져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튀겨지기 전의 부각을 어딘가에서 공수하셨는데, 그곳이 어디었는지 지금도 너무 궁금하다.(다시 사 먹고 싶어서...) 찹쌀풀이 발려진 부각이 큰 박스 안에 세워진 채로 차곡차곡 담겨 집으로 배송되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그 부각을 먹을 때마다 꺼내 바로 튀겨주셨는 데, 그 고소함이 상상초월이었다. 집에는 항상 궤짝에 가득 담긴 음료수 마냥 김부각이 가득했고, 어릴 적 내겐, 집에 가면 흔히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간식이었다.


튀겨진 김부각은 따뜻하면서도 바삭하고, 김의 짭조름함과 참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서 입안에서 씹으면 그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그냥 먹는 것도 맛있었지만,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튀겨진 부각을 적절한 크기로 쪼개서 그 위에 뜨거운 밥한술을 얹어 '와삭'하고 한 입 베어문다. 그러면, 무슨 반찬이든 밀어주는 명품조연 쌀밥이 부각의 바삭함과 어우러지면서 단숨에 부각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마치 샌드형 과자를 먹는 것처럼 겉에 있는 과자의 바삭함과 안에 있는 크림의 부드러움과 절묘하게 뒤섞인 맛이랄까. 여기서 재밌는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손주에게 부각을 맛있게 튀겨서 주신 할머니는 그럼, 어떤 간식을 좋아하셨을까. 할머니는 꿀꽈배기 과자를 좋아하셨다. 부각을 싫어하시거나 손주 튀겨주기에도 재료가 모자라서는 아니었다. 할머니는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해 주시고 자신도 잘 드셨지만, 덜 건강한? 간식도 즐기시는 진정한 미식가였다.


가끔, 그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을 다시 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배우지 못했을까? 하고 자문한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어렸다. 그때부터 할머니의 수제자가 되었다면 아마 한식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부각을 공수했던 그 가게 전화번호나 주소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이름도 모른다. 마트에서 사 온 김부각을 손으로 집어 한 개 두 개 먹다 보니 금방 바닥이 보인다. 가격도 좀 있는 편이어서 매번 사 먹기도 좀 그렇고, 크기도 작은 편이다. 손만 뻗으면 늘 식탁 위에서 나를 반겨주던 갓 튀긴 김부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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