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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마감 일분 전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by 김인철

사회복지시설에게 매년 3, 4월은 각종 공모 사업비를 신청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중앙 정부부처, 민간 복지 재단,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까지 여기저기서 다양한 공모전이 펼쳐진다. 이 시기에 시민단체나 사회복지시설들은 공모 서류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재정이 부족한 시설들은 사업 공모에 선정 여부가 한해 사업의 풍성함과 직결된다. 작년에 우리 센터에서 응모했던 사업 공모전은 다 떨어졌다. 사업 경력이 없는 신생기관은 공모에 선정 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각 부처에서 공모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S 청소년재단>에서 진행하는 '마을이 멘토다' 사업은 지난주에 공모 신청서를 넣었는데 지금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따복 공동체' 공모 마감이 오늘 6시까지다. 오전에 독서 모임이 있었고 오후 3시에는 J 노인복지관의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 협약식이 있어서 공모 신청서를 작성하는 마음이 바쁘다. 서둘러 협약식을 마치고 공모 서류를 준비했다. 시간이 빠듯하긴 했지만 메일만 보내면 되니 6시 전까지는 서류를 접수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오후 4시다. 혹시나 실수가 있을까 싶어서 공모 사업 요강을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공모 요강에 적혀있는 <우편/이메일> 동시 접수라는 내용이 계속 찜찜했다. 의심이 나면 확인을 해봐야 한다. 혹시나 싶어 공모 사업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담당자 왈 우편/이메일을 모두 접수해야 접수가 완료 된단다. 어제 전화를 받은 담당자가 접수 조건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를 비롯한 센터 선생님들은 멘붕에 빠졌다.


공모 사업 담당자는 지금이라도 방문해서 접수를 하란다. 설상가상으로 신청서에 첨부해야 할 '공동체 활동 참여자 명부' 원본을 센터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사무국장님이 급히 수소문을 해서 원본을 갖고 있던 K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통화가 되었다. 시청 정문에서 K를 만나기로 했다. 마음이 점점 바빠졌다. 시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택시를 탔다. 그때가 5시 35분이다. 시청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5시 45분이었다. 근데 아직 K가 오지 않았다.


"지금 어디냐?"

"지하철 두 정류장 남았어요."

"6시까지 접수해야 해."

"예, 빨리 갈게요."


5시 56분이다. 멀리서 K가 사력을 다해 뛰어 온다. 서류를 건넨 K는 숨을 헐떡인다. 접수 장소는 6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접수 마감 일분 전이다. 담당자 책상 위에 서류가 수북하다. 신청서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담당자는 이상 없다며 접수를 받아준다. 휴~ 사회복지생활 십 년. 공모 사업이라면 이력이 난 나지만 무슨 첩보작전도 아니고 서류 접수하면서 이런 긴장감은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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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를 접수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시청 옆 육교가 보인다. 시청에서 버스를 타려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앞으론 시청에 와도 저 육교 덕분에 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많이 줄어서 좋다. 터벅터벅 육교를 걷는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꼭 키다리 아저씨 같다.


퇴근 무렵 카톡 메시지가 하나 들어온다. 사무국장님이다.

"우리 청소년재단 공모사업 선정됐어요^^"


2016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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