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긴급출동 서비스 기사님
며칠 전에 자동차가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 긴급출동을 요청해서 배터리 충전을 했다. 두 달 전에도 방전이 됐었다. 배터리를 교체한 지 오 년 정도 됐으니 오래 쓰긴 했다. 서비스 기사님도 배터리가 한번 더 방전되면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어제 도서관 주차장이 만석이라,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퇴근 무렵 주차 자리 주인이 차를 빼 달라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웬걸,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두 번 세 번...또 배터리 방전인가. 갑자기? 당황스럽다. 주차자리 주인에게 배터리가 방전이 된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자리 주인은 기다릴 테니 걱정 말고 빨리 긴급 출동 서비스를 부르라고 한다.
보험사에 긴급 출동 요청을 했다. 십오 분 후에 서비스 기사님이 왔다. 기사님은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더니 꽤 심각한 표정으로...
"어라, 배터리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보닛 내부와 실내 이것저것을 만져보며 내 차량 상태를 확인한다. 뭐야? 그럼 엔진 문제인가? 에휴, 속으로 또 큰돈 들어가겠네 싶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문제를 확인한 듯 기사님이 배터리 나사를 풀더니 스프레이와 장갑으로 배터리 전원 연결 부분을 슥삭 슥삭 닦는다.
"며칠 전에도 방전이 됐었어요. 여름에도 방전이 잘 되나요?"
"네, 겨울철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방전이 잘 돼요. 근데 배터리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전원 쪽 너트가 헐거워졌거나 접속 불량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요? 그럼 다른데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보네요."
"확인해 봐야죠."
기사님은 무심한 듯 시동이 걸리지 않는 원인을 짚었다. 일단은 안심이다. 서비스 기사님 말대로 장갑과 스프레이로 배터리 볼트 부분을 닦고 다시 너트를 연결하니 거짓말처럼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다. 키를 넣고 시동을 걸었더니 부르릉 엔진이 부활하듯 기염을 토한다.
"예상대로 배터리 전원 라인 접촉 불량이었네요."
"아~"
"배터리는 오래되었지만 관리를 잘하셨네요. 당분간은 배터리 안 갈아도 될 것 같아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서비스 기사님은 차에서 기다란 줄로 이어진 컴프레서를 꺼내더니 내 차에 쌓인 먼지와 낙엽을 슥삭슥삭 털어주신다.
"배터리는 연식 오래되면 갈아줘야 해요."
옆에서 지켜보던 주차 자리 주인도 한마디 거든다. 근데 내 배터리를 아직 더 쓸 수 있단다. 친절한 서비스 기사님과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신 주차 주인에게 인사하고 차를 뺐다. 배터리가 자주 방전되던 이유도 알았다. 서비스 기사님 친절하시고 전문가다. 무엇보다 돈 굳었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쓸데없는 곳에 안 쓰는 것도 중요하니까. 저녁에 삼겹살 구워 먹자. 삼겹살은 쓸데없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