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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전을 보다

<광주대단지사건>에서 <810(광주대단지)민권운동>으로

by 김인철

어제 815 광복절이다. 코로나는 잦아들 기미가 없고 더위가 한풀 꺽인듯 하지만 날은 여전히 덥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광주대단지사건' 전시회를 다녀왔다. 성남시민들에게 광주대단지사건은 가슴아픈 역사다. 명칭을 8.10(광주대단지)민권운동으로 바꾸었다.

1. <성남을 쓰다>


큐브미술관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니 성남시가 광주대단지 출장소에서 현재의 성남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연표가 보인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경사진 노란선은 산을 깎아서 만든 것을 상징하고 위아래 시대별로 주요한 사건들이다.



20210815_134333.jpg?type=w773 2. <금광1동 수인번호>


지금 성남 본시가지에서 한창 재개발이 되고있는 금광1동이 철거되기전의 모습이다. 2018년 이 동네가 철거 되기전 골목골목을 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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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에 적힌 붉은 숫자들은 번지수다. 전시회 제목처럼 번지수가 수인번호처럼 보인다. 조용히 전시회 관람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도슨트가 다가오더니 친절히 전시작품과 기획과정을 설명 해준다.


쇠창살속에 갇힌 벽돌과 붉은 수인번호가 떠나고 싶지 않았을 금광1동 원주민들의 심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상대원도 몇년 후면 저 차가운 쇠창살과 수인번호가 새겨질 것이다.


20210815_140742.jpg?type=w773 Space4. <고향>


안쪽 네번째 전시실에서는 임흥순 감독이 <고향>이라는 주제로 광주대단지사건을 다룬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두개의 스크린이 천막형식으로 설치되었다. 광주대단지 조성 당시 만들어졌던 군용천막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20210815_144321.jpg?type=w773 Space3. <공중정원>


세번째 전시공간은 성남 시가지를 선 형태로 시각화했다. 과거의 성남과 현재의 성남이 공존하고, 광주대단지 사건의 심리적 풍경과 8.10(광주대단지)민권운동의 미래 풍경이 층위로 드러내며 공존한다.


시간에 따라 층층이 나눠진 지도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긴밀한 구조를 형성한다. 내가 살고있는 상대원동을 찾았다. 상대원동 앞에 서니 도슨트가 사진촬영을 해주겠다고 한다.


20210815_144555.jpg?type=w773 Space 2. <하이힐즈 분양관>


이 공간은 의외였다. 도슨트도 묻는다. 저 아파트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현대인에게 아파트라는 공간은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준다. 나처럼 한번도 아파트에 살지 않았던 사람들일지라도. 과거에만 얽매일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호소할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꿈을 제시하는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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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즈 분양관을 보고 나니 도슨트가 계약서를 내민다. 50년 전의 광주대단지 주민이 되어, 가상 계약서를 써보라고 한다. 가상이지만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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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약서 뒤에 반전이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살던 분들이 광주대단지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딱지(분양증) 한장을 받고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고 한다.


성남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삼십년 가까이 살고 있다보니 나에겐 성남이 두번째 고향이다. 사실 관람 예약을 해놓고 갈까 말가 조금 망설였다. 관람을 하고 보니 내가 살고있는 성남의 뿌리와 역사를 보다 깊이 알수 있어서 좋았다. 윤훙길의 소설,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배경이 광주대단지 였다는 사실도...


<전시정보>

2021. 7.23.(금)~8.22.(일)

(매주 월요일 휴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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