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을 세게 넘은 '나 혼자 산다'-기안 84 마감 샤워

by 김인철

요즘엔 예전처럼 공중파 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MBC에서 하는 '나 혼자 산다'는 요즘도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다. 초창기엔 공감도 많이 되고 매회 에피소드마다 배꼽 잡는 상황도 많아서 즐겨 보았다. 특히 메인MC인 전현무를 중심으로 한혜진, 이시언, 박나래, 기안 84, 헨리가 주축이 되었을 때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나혼자 산다.jpg


하지만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니 구설수도 오르고 말도 많다.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만 잘 산다'라는 비판도 받는다. 일부 탑스타들의 경우 그들의 고급 아파트나 넓은 저택, 비현실적인 라이프를 보면서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나혼자 산다의 여러 캐릭터가 다양한 재미를 주지만 내 경우 가장 공감이 되는 인물은 기안 84이다.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어느 정도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기안은 그렇지 않다. 그가 집에서 하는 모습의 70퍼센트는 바로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마음 편한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 유튜브에서 기안 84의 지난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그에게서 위로와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솔직한 모습에서 아! 유명인도 그의 사적인 모습은 나와 별로 다를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실의 쓸쓸함과 고독감, 그리고 낮은 자존감을 위로받는다. 그런 면에서 기안 84는 기존 인물이 대부분 하차한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을 하드캐리 하는 인물이다. 특히 사회성이 조금은 떨어지고,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인정 욕구가 강한 기안84의 경우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하게 한다.


때로는 그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겐 입을 떡 벌리고 경악의 감탄사를 내뱉게 하기도 하지만, 사실 카메라가 없을 때 우리들이 대부분 하는 행동이다. 이를테면, 발을 이용하여 수건으로 방바닥을 닦거나, 설거지가 안 된 그릇을 다시 사용하는 등 나도 피곤하거나 귀찮을 땐 종종 그런 행위를 한다. 위생상 좋진 않지만 그런다고 몹쓸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특히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프라이팬에 모두 쏟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장면은 신박하기까지 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열망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의 만화<패션왕, 복학왕>는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식의 독특한 관점과 사고가 웹툰 창작에서 빛을 발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상의를 벗은 채 외로움에 소주 한 병을 마시는 모습도 내 모습과 흡사하다. 방바닥에 대충 냉장고에 있는 반찬 꺼내서 밥을 먹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한다. 삶의 태도나 양식이야 저마다 다를 테니 집에서도 외식을 할 때처럼 고고하게 밥을 차려먹는 사람도 있을 테고, 기안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중파 방송이다 보니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에 대한 놀라움이 있을수 밖에 없다. 하짐 그것이 상대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제작진과 멤버들이 선을 세게넘었다.


바아송세너는 기안 84의 웹툰 복학왕 마감을 기념하기 위한 정모를 기획했다. 기안은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도 나혼산 정모에 무엇을 할까 설레어하며 직접 준비를 했다. 하지만 기안이 준비한 정모에 참석한 사람은 전현무뿐이었다.


방송에서도 박나래, 방성훈, 그리고 최근에 합류한 키 이 세 사람은 기안 84를 위한 정모에 참석할 것처럼 나왔다. 방송 초반에 그들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다. 하지만 기안 84는 "멤버들이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은 내 뇌의 밖에 있었어요"라는 기안스런 표현으로 서운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멤버들의 정모 불참을 핑계 대는 방식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코로나19'와 '몰래카메라'라니, 코로나19가 문제라면 정모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되는 것이었고, 이런 식의 몰래카메라는 신박한(?) 시도였다. 그러나 제작진과 당사자인 기안 84를 제외한 출연진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시도였다.


이번 주 금요일, 제작진이 기안 84 왕따설이 퍼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나 혼자 산다'의 오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해진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10(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전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