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전기면도기 직접 수리했더니... 아직 쓸 만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전에 구입한 핸디형 무선 진공청소기가 고장이 난 건지 아니면 충전용 배터리가 방전됐는지 아무리 충전을 해도 흡입 성능이 약했다.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진공청소기가 없으니 쓸어도 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 투성이다. 청소기를 켰는데 흡입력이 약하다. A/S 기간이 지났지만 혹시나 싶어서 제품 구입처 고객센터에 A/S 문의를 했다. A/S 비용이 신제품가의 절반이다.
버리기 전에 유튜브로 무선 청소기 배터리 교체 영상을 검색했다. 알고 보니 청소기 충전 배터리만 교체해서 새것처럼 다시 사용하는 영상이 많았다. 배터리 교체 방법도 간단했다.
그래서 나도 한번 배터리를 교체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청소기 판매처에선 배터리만 따로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했다. 다행히 한 쇼핑몰에서 내가 사용하는 청소기 전용 배터리를 19,000원에 팔고 있었다.
쇼핑몰에서 충전 배터리를 주문하고 하루 만에 도착했다. 1.2V 배터리 6개가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 총전압이 7.2V다. 죽어가던 청소기를 다시 새것으로 살려낼 생각을 하니 아이처럼 설렌다. 오늘은 다시 실습복을 입고 회로 기판에 납땜을 하던 학창 시절과 이십 대 전자 회사를 다닐 때의 직원으로 빙의하여 정성껏 청소기를 뜯고 수리했다.
하지만 청소기 케이스를 여는 게 쉽지 않다. 상단 케이스가 부서질 것 같아서 조심조심 열었다. 전원을 넣는 회로 기판이 케이스와 찰싹 붙어있어서 좀처럼 분리하기가 어렵다. 고민하다. 방전된 배터리와 연결된 선을 빼서 중간 부분을 자른 다음 새 배터리 빨간색과 검은색 선을 잘랐다.
정말 중요한 작업이 남았다. 하지만 청소기 배터리 교체방법은 간단했다. 기판과 연결된 빨간색(+), 검은색(-)을 잘라서 새로 구입한 배터리 선과 극성을 맞춰서 납땜을 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납과 인두기, 고등학교, 전자회사를 다닐 때 배운 기술을 이렇게 써먹는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한번 배워 놓으면 언젠가는 사는데 도움이 된다(안전을 위해 저를 무작정 따라하시면 안 됩니다).
한 시간 남짓 고생해서 드디어 청소기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두근 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원을 넣고 작동을 시키니 청소기 모터 소리가 우렁차고 씩씩하다. 폐기 처분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태어난 진공청소기를 보니 뿌듯하다. 새 청소기격이 십 만원 가까이 하니 8만 원이나 절역했다. 방바닥에 수북하던 먼지와 머리카락이 청소기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간다.
진공청소기 외에도 보일러 온도 조절기, 전기면도기, 석유난로 등 꽤 많은 가전제품을 성능을 개선 하거나 고쳐서 잘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지난 겨울 가습기처럼 고치다가 영영 고장 나 버린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 중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서 쓸 예정이다. 고등학교와 이십 대 다녔던 전자회사에서 배웠던 기술을 두루두루 써먹는다. 기름값도 오르고 모든 게 오르는 고물가 시대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