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간호사님, 지금 아픈 곳은 거기가 아닌데요.
*오래전 한의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토요일 아침이다. 밤에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세수하다 고개를 삐끗했다. 으아악.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비명이 절로 나온다. 침이라도 맞아야지 싶었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다. 집 근처에 있는 한의원은 문을 닫았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목을 돌리기도 힘들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의원으로 갔다. 다행히 그 한의원은 문 열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이 묻는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나는 거의 죽어가는 소리로 의사 선생님에게 아픈 곳을 말했다.
"끄으응~ 뒷목이랑 어깨가 아파서요."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 선생님이 침과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우선 침을 놓을테니 바지를 엉덩이까지 내리란다. 왜 목이 아픈데 멀쩡한 엉덩이에 침을 놓을까 싶었지만, 나는 선생님 말대로 바지를 엉덩이 중간 부분까지 바지를 내렸다. 의사 선생님 익숙한 손짓으로 목과 어깨에서 죽은 피를 빼고 부황을 놓더니 엉덩이 부근까지 골고루 침을 놓는다.
따끔하다. 이제 좀 괜찮아지겠지. 잠시 후 침을 다 놓으신 의사 선생님 나가신다. 간호사에게 물리치료를 해 달라고 한다. 예쁘게 생긴 간호사가 물리치료기를 들고 온다. 근데 전에는 한 번도 못 보던 간호사다. 속으로 새로운 간호사인가 싶었다. 처음 보는 간호사가 엉덩이에 꽂힌 침을 빼고 물리치료 기계로 맞사지를 시작한다.
근데 좀 이상하다. 간호사, 계속 양쪽 엉덩이만 문질러 댄다. 지금 아픈 곳은 목이랑 어깬데 왜 엉덩이만 물리치료를 하는 거지? 이제 아픈 어깨도 해주겠지. 계속 기다린다. 그런데 간호사, 여전히 멀쩡한 엉덩이만 마사지를 한다. 그렇게 멀쩡한 엉덩이 맞사지를 끝내더니 아픈 어깨는 내 버려두고 이번엔 고주파 치료기를 가져온다. 그런데 이번에도 패드를 양쪽 엉덩이에만 부착한다.
"저기 간호사님."
"네?"
"아픈 곳은 목과 어깬데 왜 엉덩이만 마사지를 하시는 거예요?"
"네?"
멀쩡한 엉덩이에 패드를 붙이려던 간호사 급격히 목소리가 떨린다.
"그...그럼...여기...여기요?"
".....네, 거기 맞아요."
"패드는 하...하나만 붙일까요? 아니면, 두 개..세 개..."
간호사님 그걸 아픈 환자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하나요? 당황한 간호사, 물리치료 패드를 들고 있는 양 손도 떨고 목소리는 더 떤다. 어깨는 아파 죽겠는데 엉뚱한 곳에 마사지를 하고 물리치료 패드를 붙이려다 당황하고 있을 신참 간호사의 표정을 상상하니, 참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멀쩡한 엉덩이, 아니 아픈 목 물리치료 다 끝났다는 간호사 감히 고개를 못 든채 사무실로 사라진다. 치료는 잘(?)받았는데 목과 어깨는 여전히 아프다.
2008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