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학교를 졸업한 제자가 고양시 덕양구에 배달 전문점을 열었다. 고양은 내가 지난 2년간 성남에서 출퇴근하던 곳이다. 상호는 제육 대가다. 공부방 시절 연기에 제법 소질이 있던 제자는 연극배우가 될 꿈을 키웠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사장님 밑에서 일하며 상당한 담금질과 사업 준비를 한끝에 배달 전문점을 차렸다.
장사가 술술 풀리며 번창하라고 화장지 한 다발 들고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 가기 전에 반디 교실도 들렀다. 함께 일하던 샘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내 손길이 닿았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곤혹스럽고 난감했던 시간의 에피소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네모난 식탁 위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반디 교실 샘들에겐 추억이 아닌 현실이지만.
일부러 골질하고 튕겨나가던 아이들이 이젠 제법 행동이 묵직하고 어른스러워졌단다.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난다. 장난기 가득하던 소*민이다. 소*민이 내게 달려오더니 와락 안겼다. 키는 조금 컸고 장난 섞인 얼굴은 그대로다.
제자는 푸른 학교를 다닐 때도 품이 넉넉하던 친구였다. 자치회장으로 나를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커서 무엇을 하든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찌감치 꿈을 장사로 펼치기로 한듯하다. 포부도 크다. 저 나이 때의 나는 하루하루 살기도 벅찼는데. 사람 복도 많다. 지금까지도 잘 되었지만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다. 여기서 장사가 잘 되면 성남에 지점도 하나 낼 계획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내부순환로가 꽉 막힌다. 지난 2년간 이 길을 어떻게 아침저녁으로 오갔는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 차가 거북이걸음이다. 잠이 쏟아진다. 반디 선생님이 준 라테를 마셨다. 잠시 후 각성이 된다. 꾸르륵, 배가 고프다. 집에 도착해서 씻지도 않은 채 제자가 직접 조리해준 빨간 맛 제육볶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붉은 기름과 고기 빛깔, 풍미 가득한 불향, 맛이 일품이다. 캬,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양도 푸짐해서 다음 두 번의 식사를 위해 남겨두었다.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했다. 나의 과거와 제자의 미래를 만난 오늘 하루였다. 마음은 가득 찼지만 몸이 고단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