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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Oct 17. 2022

코끼리가 보고 싶어 '서울 대공원'에 갔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여러 동물들


문득 코끼리가 보고 싶었다. 호랑이, 사자, 하마, 치타도 보고 싶었다. 아프리카가 아니어도 살아있는 여러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는 곳, 과천 서울 대공원이 떠올랐다. 유튜브를 검색했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으로 불리던 시절.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서울 대공원을 갔던 기억이 흐릿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차를 몰고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서울대공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삼십 분 거리다. 날은 맑았지만 날씨는 조금 스산했다. 일주일 전 중고로 구입한 자동차가 확 트인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전보다 묵직한 핸들과 바닥으로 깔리는듯한 주행감이 상쾌했다. 


하지만 아직 넓어진 공간과 눈에 익지 않는 화면과 버튼이 낯설고 한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드넓은 주차장을 벗어나니 근처 포장마차에서 컵라면과 우동, 잔치국수를 팔았다. 허기는 없어서 그냥 지나치려다 편의점에서 삼천 원을 주고 컵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스산한 날씨와 얼큰한 새우탕 국물이 제법 잘 어울렸다.



동물원 입구에서 패키지 입장권(리프트+입장료+코끼리 열차)을 구입했다. 스카이 리프트를 타는 곳까지 코끼리 열차를 타고 갔다. 오분 남짓 걸렸다. 걸어서 갈걸 그랬다. 리프트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섰다.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리프트를 타고 보니 살짝 무서웠다. 높이 올라갈수록 상반신이 굳고 하체가 후들거렸다. 스마트폰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주머니에 휴대폰을 꺼내 셀프 사진과 전경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를 살펴보며 축사 위치와 동물을 확인했다. 기린을 꼭 보고 싶었는데 쉬는 시간인지 볼 수 없었다. 


코끼리 축사 안에는 코끼리 네 마리가 보였다. 그중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코끼리 한 마리가 배가 고팠는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긴 코로 개울에 있던 풀을 뜯어 입에 넣는다. 코 끝의 근육이 손처럼 움직이는 게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풀이 많지 않아서 입으로 들어가는 풀은 몇 가닥 되지 않았다.



코끼리 세 마리가 나란히 서서 먹이를 먹고 있다.



물개 세 마리가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을 친다. 한 마리는 물 밖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꺼운 유리벽 너머 호랑이 한 마리가 축사를 어슬렁거린다. 사람들이 몰려든다. 커다란 호랑이가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그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입에서 두려움과 경외감을 담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캐리비안베이. 놀이공원은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단체관람이었다. 놀이공원을 홀로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플과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관람하는 게 조금 민망하고 뻘쭘했지만 그런 사소한 감정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살아보니 민망할수록 당당해야 모든 상황을 내 것으로 즐길 수 있다.  


아빠가 아이를 안고서 사자 형상의 배경 앞에 앉아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들을 찍던 여자가 옆에 서 있던 나를 힐끗거리며 망설인다. 나는 그녀가 요청하면 흔쾌히 사진을 찍어줄 생각이었다. 여자가 결심을 했는지 열린 마음으로 서 있던 내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나는 전문 사진작가처럼 거리와 각도를 달리하며 그녀의 소중한 가족에서 멋진 추억을 찍어주었다. 



하마가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무겁지만 망원렌즈를 가져오기를 잘했다. 방금 전까지 머리까지 물속에 잠겨 있다가  머리를 내밀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했다. 물속에서 나온 하마를 보더니 사람들이 호랑이를 볼 때처럼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마가 먹이를 느릿느릿 먹는다. 별거 아닌데 신기했다.



양? 염소?로 보이는 이 동물은 한참 동안 정면을 응시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치타는 최근에 출산을 했는지, 혹은 어디가 아픈건지 걷는 모습이 무기력했고 몸은 앙상했다.



야생 동물을 보고 나니 세 시간 남짓 흘렀다. 아직 배는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이 간절했다. 잔치국수를 팔던 대공원 입구 노점에서 믹스 커피를 팔았다. 한 잔에 천 원이다. 오천 원이어도 살 것 같았다. 달달했다. 설탕이 녹아든 카페인이 찬 위장을 녹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난항에 직면했다. 주차장이 넓다. 내 차를 찾을 수 없었다. 차를 찾는데 이십 분이 넘게 걸렸다. 보고 싶었던 동물을 보고 나니 쳐졌던 기분이 좋아졌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자동차의 액셀레이터를 밟으며 상쾌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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