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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을 했다.

이빨이 돌이 되기 전에

by 김인철
스케일링.jpg


이빨이 점점 돌이 되고 있다. 병원을 다녀왔다. 몸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조만간 내 몸에 변화를 줄큰 결단을 해야 할것 같다. 치과에 가야 하는데 한 달째 망설이고 있다. 평소에 치석이 잘 생긴다. 치석 때문에 일 년마다 스케일링을 한다. 오늘 한 달간의 망설임 끝에 떨리는 마음으로 치과 문을 열었다. 손님은 없고 조용하다. 간호사가 얼굴이 낯설다.


-양치가 잘 안 됐어요.

-잇몸이 많이 부었어요.

-관리가 안되면 풍치가 생길 거예요.


치과에 갈 때마다 간호사에게 늘 듣는 잔소리(?)다. 새로운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옆에서 치료를 하던 의사 선생님도 할아버지에게 양치가 잘 안 됐어요, 똑같은 전소리를 한다. 이를 잘 닦고 싶다. 하지만 이를 잘 닦는 게 어렵다. 치아 구조도 좋지 않다. 처음엔 이를 잘 닦으려고 하지만 결국 예전 방식대로 양치를 하게 된다.


새로 바뀐 간호사는 스케일링 기술이 거침없고 터프하다. 황금을 박은 것 같은 내 누런 이와 붉은 잇몸 사이사이를 요란하고 뾰족한 기구로 이리저리 콕콕 쑤시며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는다. 입안에서 부서진 크고 작은 돌들이 돌아다닌다. 잘 참았지만 간간히 신음을 낸다. 간호사는 잘하고 있다며 또 살살 달래준다. 스케일링은 이십 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예상만큼 힘들었다.


입안 가득 붉은 핏물을 세 번이나 뱉었다. 아흐. 으흐흐. 입 안이 벌에 쏘인 듯 온통 따끔하고 얼얼하다. 잘 참았어. 거울 앞에서 씨익 웃었다. 치석이 말끔하게 제거된 이와 잇몸, 그리고 입안을 혀로 구석구석 문질렀다. 뭔가 좀 허전하면서도 입안이 너무나 상쾌하다.


-양치가 잘 안 되면 전동 칫솔을 쓰세요.


의사 선생님이 전동칫솔이 치석이 쌓이지 않는데 도움이 된단다. 그래 이 참에 전동 칫솔 하나 사야겠다. 단단하고 질기고 맛있는 음식을 오래오래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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