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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Nov 24. 2023

어느 빌라 창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2023년의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가 서서히 마무리되며,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11월 끝자락의 아침에 출근하다 일터 근처의 어느 빌라 철제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을 보았다.



철제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감들이 토실토실하고 탱탱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저 빌라 집주인의 손 끝에서 시작된 작은 파란이 차갑게 얼었던 내 맘에 불을 댕겼다. 


내겐 곶감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창틀에 주렁주렁 매달린 저 감들을 보니 지난가을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맛나게 먹었던 곶감이 생각난다.



토실토실 탱탱한 감이 쭈글쭈글한 달큼한 곶감으로. 오래전 어느 날, 탱탱한 감을 곶감으로 만들 생각은 누가 했을까?  어떤 현인이 외로운 숲 속 감나무에서 딴 감들을 바구니에 모아 잘 벼린 칼로 돌돌 깎아서 여염집 처마에, 지붕에, 담벼락에 주렁주렁 널어놓을 생각을 했을까? 



예전엔 곶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아하게 된다. 당분간은 아침 출근길마다 저 빌라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곶감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점점 쌀쌀해지는 계절을 조금 덜 쌀쌀하게 보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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