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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빌라 창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by 김인철


2023년의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가 서서히 마무리되며,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11월 끝자락의 아침에 출근하다 일터 근처의 어느 빌라 철제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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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감들이 토실토실하고 탱탱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저 빌라 집주인의 손 끝에서 시작된 작은 파란이 차갑게 얼었던 내 맘에 불을 댕겼다.


내겐 곶감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창틀에 주렁주렁 매달린 저 감들을 보니 지난가을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맛나게 먹었던 곶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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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탱탱한 감이 쭈글쭈글한 달큼한 곶감으로. 오래전 어느 날, 탱탱한 감을 곶감으로 만들 생각은 누가 했을까? 어떤 현인이 외로운 숲 속 감나무에서 딴 감들을 바구니에 모아 잘 벼린 칼로 돌돌 깎아서 여염집 처마에, 지붕에, 담벼락에 주렁주렁 널어놓을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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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곶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아하게 된다. 당분간은 아침 출근길마다 저 빌라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곶감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점점 쌀쌀해지는 계절을 조금 덜 쌀쌀하게 보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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