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철 Nov 30. 2023

야심한 밤에 달을 찍었다.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도, 방아찧는 토끼도 안 보였지만....


오늘 낮에 첫눈이 왔단다.

창 밖을 볼 여유도 없이 종일 마음이 바빴다.

표정, 상황, 스치는듯한 중얼거림

별거 아닌 일들에 상처투성이다.

야심한 밤에

소주 한 잔 생각이 났다.

한낮에도 칼바람이더니

야심한 바깥은 더욱 칼바람이다.

골목을 돌아서 온 바람이 두터운 점퍼를 뚫는다.

겁 없이 샌들을 신고 나온

맨발을 종종거리며 

자주 가던 슈퍼를 향해 뛰었다.



구름에 휩싸인 달이 휘영청 밝다.

종종거리던 걸음을 멈췄다.

새로 구입한 갤럭시 울트라폰이 

달도 찍을 수 있다지



갤럭시 울트라 카메라를 켜고 달을 향해 들었다.

야심한 밤에 구름에 휩싸인 달을 찍었다. 

진실로 달이 찍혔다.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는 없고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도 안보이고

흑과 백의 고요함만 찍힌다.




달빛에 반사된 

저 그림자는 나였을까?



작은 컵라면과 육포, 그리고

쓴 소주 한 병이, 며칠째

깊은 우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는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어느 빌라 창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