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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Nov 11. 2024

지역아동센터도 이리 엄격한데..납득 어려운 검찰예산사용

보조금으로 9만원짜리 '게시판' 구매했다가 보조금 환수당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회)에서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예산소위)가 열렸다. 그리고 국정감사와 예산소위를 통해 법무부를 비롯한 법사위 피감 기관들이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위 피감 기관들이 관련 예산을 사용하고 증빙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청래 더불어 민주당 법사위원장은 사용내역과 지출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은 피감기관의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감 기관은 특활비와 특경비 지출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사전에 공언한 대로 피감기관의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액 삭감하겠다, 라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혀 왔습니다. 그래서 검찰 특수활동비 80억 900만 원은 내역을 전혀 입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액 삭감했습니다." - 정청래 법사위원장


법무부와 검찰등 피감기관의 특활비 사용 문제는 항상 쟁점이 되었다. 정청래 위원장은 피감 기관의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 했지만 특경비의 경우 추후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법사위 위원들과 면밀히 검토하여 예산을 다시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도 시설의 규모에 따라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일정한 액수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는 매년 1회 해당 지자체를 통해 보조금을 잘 집행하고 있는지 지도 점검(감사)을 받는다.


또한 지자체 지도점검을 받기 전 매 분기마다 해당기간 동안 시설에서 사용한 보조금(운영비, 급식비 등) 집행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영수증, 물품 사진)를 지자체에 보고 한다. 먼저 온라인 회계시스템(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희망이음)으로 정산 자료를 제출하고 추후 정산서와 증빙 자료를 출력해서 지자체에 제출한다.


한편 연 1회 시행하는 지자체의 지도점검(감사)은 담당 주무관이 해당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해서 진행을 한다. 지도 점검 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회계 부분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프로그램비 등을 보조금 사용 지침에 맞게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운영비의 경우 보조금 정산서와 증빙자료(영수증, 세금계산서, 구입한 내역, 물품 사진)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운영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을 했을 경우 주의나 환수 등 시정조치를 한다.


▲지역아동센터지역아동센터 세출예산 과목 구분. 물품 구입은 운영비 계정에서 '수용비및 수수료' 항목이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지역아동센터에서 운영비로 구입한 소모품(A4용지, 사무용품 등)중 구입 영수증이나 사진이 없을 경우 다시 첨부를 해야 하며, 보조금 지침에 맞지 않는 물품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환수를 시킨다. 특히 보조금을 횡령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금액이 클 경우에는 특별감사를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럼에도 지역아동센터에서 보조금이나 후원금을 횡령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내역이 적발되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행정처분을 받으면 3년마다 받는 지역아동센터 정기 평가에서 감점을 받기에 시설 종사자들은 보조금을 사용할 때 항상 신중하다.


몇 년 전 지역아동센터에서 시설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시설을 운영하다 보면 당연히 사무용품 등 필요한 물품들이 생긴다. 그럴 경우 보조금 카드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센터 안에 아이들에게 알림장, 식단표, 교육 활동 내용을 안내할 적당한 게시판이 없었다. 약 9만 원짜리 게시판을 보조금으로 구입했다.


보조금으로 물품을 구입할 경우 소모품과 비품(자산)으로 나눈다. 물품 가격이 십만 원 이상이면 비품으로 보기에 보조금에서는 지출을 하지 않도록 한다. 게시판은 시설에서 필요한 물품이었다. 가격도 십만 원이 넘지 않았다.


▲게시판시설 운영관련 게시판을 보조금에서 구입했지만 보조금 사용 지침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환수를 당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게시판을 구입하기 전 담당 주무관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만 시설 운영에 필요한 물품이었고 가격도 십만 원이 넘지 않기에 주무관에게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게시판을 구입했다. 하지만 해당 분기가 끝나고 정산서를 확인한 주무관은 게시판이 보조금 집행 기준에 맞지 않는 지출이라고 하면서 환수(반납)를 시켰다.


당시 나는 시설 운영에 필요해서 구입한 물품이기에 환수 조치를 납득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침에 어긋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달리 생각하면 국가 보조금을 사용할 땐 더 신중하고 엄격해야 하는 게 맞다. 게시판 구입 비용은 자부담으로 지자체에 반납했다.


특활비를 명절 떡값, 상품권, 회식비로


법무부와 검찰청, 그리고 감사원의 국정 감사와 예산소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해당 기관들이 예산을 사용한 내역을 확인했을 때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를 명절 떡값, 상품권 구입, 염소 고기 회식, 핼러윈 한정케이크 구입 등으로 사용했다.


또한 감사원은 노래방, 마사지 업소 등 이상한 장소에서 택시비를 사용했다. 물론 특활비와 특경비의 경우 해당 기관의 운영 목적과 특성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예산 집행 사례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필요한 때에 특수 활동을 실제 수행하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특수활동이 집중될 리가 없고..." - 2024년 9월 3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승수변호사


지역아동센터의 보조금(운영비, 급식비)이나 법무부, 검찰, 그리고 감사원의 예산(특활비, 특경비)은 모두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각 기관은 기관의 특성에 맞는 보조금이나 예산 사용 지침이 있다.


정산을 통해 해당 기관에 지원된 예산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무부와 검찰, 감사원의 예산 사용 현황을 보면 '주머니 속 쌈짓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검찰 특수활동비 국회 심사11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세금이 쓰이는 곳에는 그 세금이 적법하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피감 기관들이 사용하는 예산은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상식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그렇게 해왔다.


오로지 법무부와 검찰, 감사원 등 소수의 기관만이 특권처럼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마땅히 제출해야 할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관행이라는 이유였다. 그동안 소중한 세금을 얼마나 엉터리로 사용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은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법사위에서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주요 기관들의 예산 사용에 대한 편법과 꼼수가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5줄 요약>

1. 지역아동센터 보조금으로 게시판을 9만원에 구입, 지도점검(감사)시 지침에 어긋난다고 환수 당했음.

2. 법무부, 검찰은 특활비를 명절떡값, 염소고기 회식, 케이크 구입비용으로 지출하였음.

3. 감사원은 특활비를 노래방, 마사지 업소등 납득이 되지 않는 장소에서 택시비로 지출했음. 

4. 법무부, 감찰, 감사원은 특활비, 특경비 사용내역과 영수증등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

5.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예산소위에서 법무부, 검찰, 감사원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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