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문학상 기자회견과 윤석열의 군사반란
아이러니다. 현실에서 조선의 사랑꾼이라 조롱받는 무도한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과 숱한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느닷없이, 그러나 치밀하게 계획한 '비상계엄'이라는 내란이자 군사반란을 일으켰는데 이역만리 먼 곳, 스웨덴에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 중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항쟁을,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오래전 한강 작가의 '몽고반점'과 '채식주의자'를 읽었지만 아직도 이 두 작품을 읽지 못했다. 어떤 책들은 읽어야 할 시기가 정해져 있다.
한강 작가의 이 두 책은 나에겐 아직은 읽기에, 아니 직면하기에 맞춤한 때가 아닌 것 같다. 어떤 소설은 읽는다고 하지만 때로는 읽는게 아닌, 직면해야 하는 작품들이 있다. 한강 작가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엄령 소식에 많은 충격... 젊은 경찰, 군인들 태도는 인상 깊어."라는 소회를 밝혔다.
역사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변증법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기에 제주 4.3 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핏값으로 1987년 6월 항쟁과 2016년의 촛불혁명을 이끌었다. 영화 '서울의 봄'이 다시 회자되고 내가 사는 이곳이 현실인지 아니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인지 모를 정도로 매 순간들이 초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내일은 역사의 한 시점에서 '분수령'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날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밤, 내일 새벽에, 아침에, 10시 39분에, 지하철 3호선 안에서, 여의도 역 4번 출구를 지날 때... 어떤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 억압과 저항, 그리고 새로운 질서의 변화로써 내일 오후 5시 반드시 내란범이자 군사반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탄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