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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Dec 12. 2024

리허설 끝났다, 이번 주 토요일 진짜 '윤석열 탄핵이다

7일 여의도를 메운 간절한 바람... 14일 집회에선 '탄핵'가결되길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공유할때 신중한 편인데 이번엔 사안이 워낙에 중하고 엄중하여 브런치에도 공유합니다.


윤석열은 지난 7일 오전 10시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3일 밤 10시 26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 그날 하루를 평화롭게 마무리하려던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비상 계엄이 선포된 잠시 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2층 어르신의 전화였다.


어르신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이게 뭔 일이래? 무서워 죽겠어"라며 내게 상황을 물었다. 나는 곧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여서 비상 계엄을 해제할 거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켰다. 두렵고 불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TV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다.


▲윤석열 탄핵지난 12월 7일(토) 여의도역에서 내린 수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수많은 시민들이 비상계엄소식을 듣자마자 국회의사당으로 달려 나갔다. 한밤중에 느닷없이 유린된 민주주의와 국회의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미 경찰이 폐쇄한 국회 정문이 아닌 담장을 넘어서 본청으로 들어갔다. 나도 달려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영상을 보며 국회의원들이 빨리 국회 본청에 도착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일분 일초가 아슬아슬했다. 190명의 계엄해제 결의로 비상계엄은 2시간여 만에 해제되었다.


윤석열이 느닷없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고 엄중하다. 어젯밤에, 오늘 새벽에, 아침에, 10시 39분에, 눈이 녹아내린 골목길에서, 지하철 계단에서, 9호선 안에서, 여의도역 4번 출구를 지날 때, 윤석열과 수하들이 어떤 상상도 못 할 일들을 저지르지 않을까? 두렵다.


탄핵 표결 예정일인 7일 오전 10시 윤석열은 대국민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거취를 우리 당(국민의힘)에 맡긴다고 했다. 이 담화로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탄핵이 아닌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탄핵 표결은 가결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탄핵지난 12월 7일(토)여의도역에서 내린 시민들이 탄핵집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으로 향하고 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나도 오후 1시쯤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탄 후 석촌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로 갈아탔다. 9호선은 정차하는 역마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사람들의 표정은 아무 일이 없는 날처럼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젊은 청년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묘하게 긴장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그러나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케하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지하철 역을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쪽으로 향했다. 나는 떠밀리듯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충 어림잡아도 백만 명 이상은 넘어 보였다. 백만 명의 근거가 뭐냐고 묻는다면, 민망하게도 생리현상이었다. 탄핵 집회 현장 주변 건물 중 화장실을 개방한 곳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 화장실을 개방한 곳은 여자 화장실은 물론 남자 화장실도 최소한 50미터 이상 줄을 서야 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집회에 백만 명 이상 참석했을 때도 그랬다. 집회 현장으로 향하던 여성 한 명이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묻는다.


"와, 사람 많이 왔네, 오늘 집회에 한 십만 명 정도 왔을까?"

"글쎄, 십만 명은 넘게 오지 않을까?"

"에이. 오늘 집회는 한 백만 명은 온 것 같은데요.'"

"아, 그런가요?"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8년 전과 달라진 탄핵 집회 문화


국회의사당으로 가던 중 LED 촛불을 하나 샀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샀다. 그런데 조금 색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8년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촛불을 든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장에서 볼 법한 응원봉이 많이 보였다.


▲촛불탄핵집회가 벌어지는 국회 의사당으로 가는길에 LED촛불을 하나 샀다. 젊은 세대들은 촛불 대신 다양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기발한 문구가 적힌 다양한 깃발들도 인상적이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촛불 당시 깃발에 주로 '투쟁, 탄핵, 하야' 등 엄중한 문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유머스럽고 기발한 문구를 적은 깃발들이 많았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 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의 깃발은 현재 내 상황과도 같아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 연합 소속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웃게 됐다.


▲윤석열 탄핵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전국멋쟁이 연합이라는 깃발을 들고 집회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그 외에도 '전국멋쟁이연합, 전국 얼죽코 연합, 전국얼죽아 연합, 직장인점심메뉴추천연합, 강아지발냄새 연구회, 돈 없고 병든 예술인연합, 전국수족냉증연합, 전국눈사람 안아주기 연합' 등 기발한 단체명이 적힌 깃발이 집회 현장 곳곳에서 나부꼈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민중가요도 들렸지만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로제의 <아파트>가 울려퍼졌다. 탄핵 집회 현장은 마치 공연장 같았다. 아이돌 에스파의 노래 <위플래시>에 맞춰 "윤석열 퇴진", "탄핵소추 빨리 표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무상급식으로 잘 큰 청년들


하지만 이번 탄핵 집회가 8년 전과 가장 다른 점은 집회에 참여한 시위대들이었다. 모든 세대가 참여했지만 가는 곳마다 이십대들의 탄핵 목소리가 컸다. 게다가 내가 서 있던 집회 현장은 여성 대학생들이 앉아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앳된 얼굴로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서 발언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상급식2020년 코로나19가 대 유행일 때, 본인이 센터장으로 있던 지역아동센터에서 무상급식(도시락)을 만들어 센터 이용아동의 가정에 배달을 했다. ⓒ 김인철관련사진보기


가만 보면 저들은 모두 무상급식 세대다. 탄핵 집회에 촛불이 아닌 응원봉을 들고 나온 이십대 청년들은 십여 년 전 시작한 무상급식으로 키운 아이들이다. 무상급식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이십대 청년들이 광장으로 나와서 윤석열 탄핵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무상급식으로 몸도 마음도 정신도 무럭무럭 잘 컸구나.


한강 작가가 전하는 위로


11일 새벽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2024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윤석열 내란 사태라는 엄중하고 위태로운 상황과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의 순간을 한강 작가도 대한민국 국민들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1979년 말부터 진행되었던 계엄 상황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는데요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략...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또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봤습니다."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공식 기자회견, 12월 6일(금)


한강 작가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항쟁을 이야기한다. 한강 작가는 공식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의 내란 사태와 그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불안해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7일 오후 5시. 윤석열 탄핵 표결에 앞서 먼저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8대 반대 102표로 부결되었다. 단 2표 차이였다. 윤석열 탄핵도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불참석함으로써 의사 정족수 성원이 안 되어 탄핵 자체가 불성립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개표도 못 하고 불성립이 되자 실망이 컸다.


▲윤석열 탄핵탄핵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너무 많아 중앙무대까지 갈수가 없었다. 탄핵집회에 참여한 시민 한 분이 태블릿을 켰다. 다른 시민들 네다섯 명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표결 


무도한 권력자의 불법 비상 계엄으로 대한민국이 일촉즉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권력에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 혹은 특정한 세력이 그 공백을 채우려고 한다는 뜻이다. 이는 권력의 본질이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 계엄이 그랬듯, 언제라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윤석열은 정치적으로는 탄핵되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란범이자 군사 반란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을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직에 끌어내려야 한다. 지난주 7일의 윤석열 탄핵 표결은 리허설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14일)이 진짜 탄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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