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약점이 상대를 위한 도구로 쓰일 때가 있다.
나는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많은 아이들과 상담을 했었다. 상담 형식과 내용도 또래 간 갈등, 학업, 종교, 이성문제 등 다양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남학생, 여학생 등 대상에 따라 상담 방식도 달랐다. 센터 이용 아동의 학부모들도 상담을 많이 했다. 학부모들과는 전화로 상담을 했고 필요시 가정방문을 하거나 센터에서 상담을 했다. 아동 시설 입소를 위한 상담은 대개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입소 상담을 할 때는 아동의 성장 환경, 경제력, 부모 관계등 내밀한 가정사를 알아야 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중엔 일반 아동도 있지만 대부분 기초수급, 한부모, 다문화 등 취약계층이다. 그렇기에 보호자는 입소 상담을 할때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를 주저주저할 때가 많다. 그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만의 치트키를 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어릴 적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결핍 등 힘들었던 상황을 말한다. 나의 아픔이나 약점이 이럴 땐 상당히 귀하게 쓰인다. 그러면 보호자는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상황을 꺼낸다. 대부분 배우자의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그리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이다.
하지만 이런 상담은 사회복지사인 내가 맡은 일로서 상담이었다. 나는 상담에 관심이 있거나 상담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내가 상담과 관련하여 공부를 하거나 노력을 한 것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할 때와 직장에서 진행한 교사연수, 워크숍, 그리고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받을 때뿐이었다. 그렇지만 나와 함께 일했던 사회복지사들 중에는 상담에 관심이 많고 전문 상담사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다.
전문 상담사가 되는 유형
상담사는 아동 및 청소년 상담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학교상담사, 중독 상담사, 직업상담사 등이 있다. 본 글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 상담사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전문 상담사가 되는 계기는 두 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출발한다. 어릴 적 부모나 형제에게서 받았던 상처나 결핍들,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와의 불화, 자녀 양육, 교육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일정 부분 자신이 겪고 있던 문제가 해결된다. 한발 더 나아가서 본인처럼 상처받았던 이들을 위해 전문 상담사가 되고 싶어 했다.
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함께 일했던 선생님 중 세 분의 경우도 그랬다. 어릴 적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사를 치유하기 위해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것들이 안정되고 치유되면서 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 깊게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알고 치유하는 것과, 타인의 결핍과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물론 이런 관점은 전문 자료나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닌 개인의 경험이기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상담사가 된 분들의 역량과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았다.
교사(사회복지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생각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본인의 결핍과 상처로 상담을 통해 극복하고 상담 공부를 하신 분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남편 때문에, 어릴 적 상처 때문에, 자녀교육 문제로 힘들었는데 전문가에서 상담을 받고 상담 공부를 하면서 치유가 많이 되었어요."
처음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자신의 문제를 극복했다는 선생님들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평상시엔 그런 결핍이나 상처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본인이 겪은 아픔이기에 같은 상처를 겪거나 겪고 있는 내담자들과 상담을 하면 보다 쉽게 공감을 잘했다. 하지만 본인이 겪었던 트라우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제되지 못하는 감정들이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그러한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센터 아이들에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자의 알코올중독, 가정폭력, 성폭력, 자녀와의 갈등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평온할 땐 가능했던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상담이 좋아서 공부를 하는 경우다. 그런 분들의 경우는 사람을 향한 호기심이 많고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의지가 높았다. 표정엔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몸짓은 활동적이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필요할 때 적절히 공감을 잘해주었다.
사회복지사가 아이들에게 상담을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선생님 제가 또 뭘 잘못했어요?"처럼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의 경우는 학생들이 먼저 상담을 받기를 원했고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나한테는 하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도 그 선생님에겐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 선생님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현재 상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는 오은영 박사다. 오은영 박사가 상담 전문가로서 지금만큼 알려지지 않았을 때 우연히 그녀가 방송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내담자와 상담하는 것을 보았다. 귀가 확 열리는 느낌이었다. 당시 센터 중등 여학생들 간에 갈등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오은영 박사가 쓴 상담 관련 저서를 찾아서 읽었다. 그런 오은영 박사 또한 방송생활을 오래 하면서 여러 논란이 생겼다.
대화를 좋아하고 경청을 잘하고 상담을 공부한다고 해서 누구나 오은영 박사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개인의 고민에서 출발한 상담은 더욱 그렇다. 상담사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담자의 입장을 중심에 두며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개인적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거나 그 영향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내담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담사마다 다르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내담자를 돕는 사람도 있다. 다만 전문 상담사로서 계속해서 자기 성찰과 성장을 이루어 나가고, 자신의 경험을 내담자에게 투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 말한 사례들은 전문적인 분석이나 통계에 근거한 내용이 아니기에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본인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상담과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상담은 다르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