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먼곳'으로 떠난 동갑내기 배우 이선균을 기억하다.
이선균은 1975년생 3월생이다. 1975년 1월생인 나와 동갑이다. 비슷한 시기에 세상의 빛을 보았지만 그는 먼저 아득히 먼곳으로 떠났다. 어린 시절 우연히 우리가 같은 동네에 살았거나 같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를 다녔다면 복도를 지나다 한 번쯤 말을 섞었을지도 모르고 훗날 성인이 되어 동창이나 친구라는 인연으로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나서 서로의 안녕을 물었을지도 모른다.
이선균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보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 나의 아저씨, 파스타, 골든타임, 하얀 거탑,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그리고 기생충. 특히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2018년 tvn '나의 아저씨'에서 그가 맡은 삼안 E&C 구조기술사 박동혁 부장 역할은 내가 현실에서 되고 싶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2023년 12월 27일(향년 48세)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내게는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이 아닌, 세상에 알려진 유명인중 최진실의 죽음 이후 가장 충격이었다. 경찰, 검찰과 언론은 잔인할 정도로 그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진실은 이선균이 받았던 모든 마약 검사에서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선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1975년 3월 생인 이선균을 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75년생들도 이선균을 알 것이다. 73년생, 70년생, 어쩌면 98년에 태어난 MZ세대도 이선균을 알 것이다.
아득히 먼 곳...
"찬바람 비껴 불어 이르는 곳에 마음을 두고 온 것도 아니라오. 먹구름 흩트러져 휘도는 곳에~~ 미련을 두고 온 것도 아니라오, 아~~ 어쩌다 생각이 나면 그리운 사람 있어 밤을 지세고 가만히~~ 생각하면 아득히 먼 곳이라, 허전한 이 내 마음 눈물 적시네....."
이선균은 그와 생전에 인연이 있었던 친구들을 제외하면 나와 75년생들을 알지 못한 채 세상과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났다. 우리는 언젠가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맞이하게 될 세상과 일별 하는 그 고독하고 쓸쓸하고 처연한 슬픔의 순간이 나 혼자이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