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재명 후보의 신간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읽고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21대 대통령 후보의 신간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읽었다. 종이책은 예약이 밀려 교보문고에서 e-book도 함께 구입했다. 이 책의 시작은 4월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서 출발한다. 책을 읽으며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급박했던 상황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진다. 책은 이어서 윤석열과 내란 공범이 버린 내란 진압과정, 이재명 후보의 정치인생과 철학,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 마지막으로 결국 국민이 합니다, 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재명 후보는 평소 '나는 국민의 머슴이고, 권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이재명 후보는 시장일때나 도지사일때나 권력이 아닌 권한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권한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동기는 국민이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가장 먼저 국민들에게 국회로 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후보의 유튜브를 본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갔다.
2010년 7월, 약 십오 년 전 일이다. 당시 나는 성남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 두 시쯤 전화가 한통 왔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였다. 당시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가끔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인 아동 돌봄이나 사회복지현안에 관한 기사를 쓰고는 했다.
편집부 기자는 이재명 시장이 성남에서 활동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과 당시의 주요 현안을 주제로 시민기자와의 대화를 할 계획인데 나도 시민기자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잠시 얼떨떨했다. 현안에 대한 기사만 썼지 인터뷰를, 그것도 성남시장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과 설렘으로 시민기자와의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시민기자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날엔 오랜만에 먼지를 털어낸 구두와 정장을 입고 시청으로 향했다. 시장실엔 성남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 십여분이 참여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되신 유창선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에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호화청사로 비판을 받던 신청사 매각, 성남시 부채 모라토리엄 선언 등 수도권 변방의 초임 시장이지만 연일 화제를 뿌리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이날 시민기자와의 대화에서도 앞서 언급한 이슈를 주제로 대화를 가졌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성남 시민으로, 경기도민으로 이재명 후보가 추진했던 다양한 복지정책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의 탁월한 행정능력과 혁신적인 복지 정책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에서 성남으로 이사를 오고싶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고양에서 약 2년동안 한 지역아동센터의 시설장을 할 때 경기도 예산으로 주 2회 센터 아이들이 먹을 신선한 과일을 제공해 주었다. 아이들 급식 보조금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증액이 되어 아이들에게 보다 더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할수 있었다. 신선한 과일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이 먹던 흰우유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동 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로 이재명 시장과 단체 면담을 한 적도 많았다. 청년과 노인뿐만 아니라 아동 복지에도 관심이 많았던 이재명 시장은 무상교복, 무상급식 등 다양한 아동복지정책을 펼뿐만 아니라 복지단체나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간담회도 많이 했다. 그리고 어린이날, 문화제 발표회 같은 문화 행사가 열리면 항상 행사장을 찾아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재명 후보가 20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상대원 시장은 지금 내가 삼십 년째 살고 있는 상대원 꼭대기에서 가깝다. 시장까지는 걸어서 십 분 정도 거리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찬이나 식재료를 사기 위해 상대원 시장을 다녀온다.
당시 이재명 시장이 매각을 하겠다던 성남 시청사는 여전히 그대로 있다. 한때 호화청사라는 비판을 받던 시청사는 평일엔 시청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는 시설이지만 주말이나 공유일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시청광장, 분수대,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산책을 하거나 여유를 즐기는 힐링 공간으로 변모한다.
한편 이재명 후보의 이미지는, '개천에서 용이 난' 서사와 반대로 대중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선도 있다. 심지어 성남시장 시절 '형수욕설', '조폭과의 연루설'처럼 악마화된 면도 있다. 두차례 성남 시장과 경기 도지사를 거치며 유능한 정책과 우수한 행정능력을 보여준 이재명 후보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까닭은 무엇때문일까?
불행한 가족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 기득권과의 지속적인 충돌, 레거시 미디어의 반복적 부정 프레이밍,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솔직하지만 직설적인 언행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지적들은 일부분 사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내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재명 시장은 시장실에 CCTV를 설치할 정도로 원칙적이었고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시장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책에서 윤석열이 언젠가는 계엄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김문수를 노동부 장관으로 앉히고, 역사왜곡을 일삼는 뉴라이트 출신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에 앉히는 등 해괴망측한 인사를 하고, 그 인사들이 국회에서 마치 검투사처럼 행하는 말과 태도가 결코 국가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독재를 꿈꾸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다.
최종결론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최대한 자극해서 국지전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정으로 장기 집권을 유지해 나가는 게 목표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도 직간접적으로 사전 경고를 여러 차례 했고, 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과 협의하면서 공개 석상에서 윤석열 정부에 경고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p.62.-
그리고 윤석열은 정말 비상계엄을 했다. 내란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가 악마화된 이미지 였다면 윤석열은 권력을 잡고서도 그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그 스스로가 악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악을 악으로 덮던 자가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실패했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를 '국민의 머슴'이라고 칭한다. 성남 시장 시절 항상 시민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민원이 발생하면 시장실에서 면담을 하거나 시민단체화 간담회를 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직접 들었다.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담당 공무원을 통해 '되면 된다. 안되면 안 된다'라고 바로 현안을 해결해 주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안될 때는 왜 안되는지를 명확히 알려 주었다.
이재명 후보의 경청 대상은 사회적 약자들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에 속한 대상들에게도 그의 경청은 진심이었다. 기업 또한 경청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초선에서 약세였던 분당에서의 지지율이 재선에서는 높아졌다. 이 책에서도 스스로 머슴이자 일꾼이라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철학이 드러난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께서 만들어갈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도도한 흐름을 막아서는 자, 소소한 계산으로 잇속만 챙기는 자, 거짓으로 자기 살길을 도모하는 자, 이들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p.112-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를 '일종의 공공재산'이라고 표현한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4월 28일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개막식 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경기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에 해당한다.'라고 발언했었다. 이 발언은 한 개인이 아닌 커다란 권한을 공직자의 시간 관리와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내 삶 자체가 내 개인의 인생이 아니라 일종의 공공재산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 그렇지만 짧은 인생을 사는데, 국민들로부터 그런 큰 기대를 받는 것도 영광 아니겠는가.
-p.160-
이재명 후보는 현재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20대 대선에서도 겨우 0.7퍼센터 차이로 윤석열에게 석패했다. 그의 지지율은 그때보다 더 높다. 사람들이 꾸준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 보여준 탈월한 행정역량, 과감한 추진력, 혁신적 복지정책, 그리고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철학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가장 확실한 건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이재명 후보의 삶 그 자체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소년공 시절을 보냈던 성남 상대원 시장에서 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버지는 상대원 시장에서 청소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공중화장실로 출근하셨다. 이재명 후보는 어린나이에 학교가 아닌 상대원 공장<아주냉동, 대양실업, 오리엔드 시계 공장 등>의 소년공이 었다. 또래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던 시간, 그는 프레스 기계 앞에 섰다. 결국 공장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목이 으깨져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던 그는 한때 삶을 포기하려 했다고 고백했다.
성남시민 여러분, 상대원시장에 계시는 상인 여러분, 저희 가족은 수십 년간 이 공간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여러분과 함께 살았습니다. 다시 이곳에 오니까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p.164-
이재명 후보의 출마 연설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비참하고 불행했던 삶이 자신들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비참한 어린 시절과 불행한 가족사는 개인에게는 아픔이자 약점일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국민을 위한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 결핍과 고통을 승화시켜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 서사를 완성해 나갔다. 이는 기존의 엘리트식 정치 문법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자신의 삶이 일체화 된채 공명한다고 느낀다. 이런 삶의 일체화야말로 진짜 정치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을 위한 실용주의자다. 이재명 후보에게 국민은 수단이자 목적이다. 이 책의 거의 모든 장에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한다. 모든 정책의 기본은 국민이다. 국민과 같은 시선에서, 국민을 믿고, 국민을 위하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국민에게 부탁한다. 이 책의 제목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달리 말하자면 집단 지성에 대한 믿음이다.
김대중에게는 '행동하는 양심', 김영삼에게는 '대도무문', 그리고 노무현의 '깨어있는 시민의 힘', 이 있다면 이재명 후보에게는 '결국, 국민이 합니다.'라는 말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명언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는 6월 3일 치러질 21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나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경기도지사로서 보여준 탁월한 행정역량과 과감한 추진력, 혁신적인 정책, 그리고 국회의원으로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보여준 리더쉽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1. 이 서평을 쓴 이는 이재명 후보의 성남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몇차례 공적인 인연이 있다.
2. 이재명 후보가 장조하는 '결국 국민이 한다’는, 정치의 중심은 늘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보편복지 같은 정책을 실제로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제시한다.
4. 이재명 후보는 정치적 위기와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
5. 이 책은 거창한 말보다 실천 중심의 내용이 많아 읽는 데 큰 부담 없이 공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