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모임' 잘 정리하는 법... 관계는 계속된다

오래 해온 모임을 정리하며 느끼는 것들... 진정한 '유종의 미'란?

by 김인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이나 단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동호회에 참여하게 된다. 나 역시 초등 동창모임, 사회생활 첫 동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돌아보면, 1년에 2번 이상 만나는 모임이 여섯 개였다. 오랫동안 이어왔던 모임 채팅방에 얼마 전 나는 더 이상 잘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모임 멤버들은 갑자기 모임을 빠지겠다는 내 글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 어린 반응을 보였다. 최근 개인사정이 있긴 했지만, 딱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좋아서 시작한 모임


우리 모임 이름은 조아모다. '좋아서 하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모임을 시작 한지는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멤버는 네 명으로 모두 전현직 사회복지사다. 멤버 구성은 남성 한 명과 여성 세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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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모멤버들과 체험활동으로 꽃바구니 만들기 체험을 했다. ⓒ 김인철 관련사진 보기


우리는 한때 한 직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동료였다. 동료 시절부터 모임을 했고 퇴사 후에도 인연을 이어왔다. 지금은 각자의 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으며 일 년에 서너 차례 만나서 일터에서의 소회를 나누거나, 공모사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공유했다.


모임을 하려면 비용이 든다. 식사비, 교통비, 관람료 등 일정한 비용이 든다. 모임 초기엔 정기 회비 없이 만날 때마다 돈을 나눠 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매달 2만 원씩 회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조아모는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박물관이나 뮤지컬 등을 관함 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누렸다.


여느 모임이 그렇듯이 조아모도 처음엔 풍경 좋고 음식이 맛있는 곳에서 모임을 했다. 그렇지만 가끔은 평소에 하기 어려운 뮤지컬 관람을 하거나 내 기준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은 <케이크 만들기>, <꽃바구니 만들기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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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모모임 멤버들과 레밍턴 케이크 만들기를 했다. 다음날이 어머니 생신이라 내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로 드렸다. ⓒ 김인철 관련사진 보기


사실 그런 활동은 남자인 나 혼자서는 결코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들이다. 조아모이기에, 여럿이기에 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그 시간이 단조롭고 평면적이던 내 삶을 입체적이고 풍요롭게 해 주었다.


결혼에, 이사에... 자연스러운 변화들


모임을 이어가는 동안 멤버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멤버 중 두 분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고, 한 분은 딸이 시집을 갔다. 가족 중 몸이 아픈 분도 생겼다. 모임 자리에서 청첩장을 건네고 진심을 담아 축하를 전했고 기쁜 마음으로 예식에도 참여했다.


힘들거나 맘이 아플 때는 위로를 전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삶이 달라졌다. 새 가정을 꾸리고, 이사를 가고, 가깝던 일터가 멀어지며 조아모는 예전만큼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도 조아모 회비는 차곡차곡 쌓였다. 최근 개인 사정으로 모임을 그만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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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 김인철 관련사진 보기


사실 나는 작년부터 조아모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각자의 삶이 달라지며 자주 만날 수 없는 현실에서 이쯤이면 마무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고심 끝에 단톡방에 '더는 모임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십 년 간의 모임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적립된 회비는 총무를 맡으셨던 선생님이 정산을 해 각자에게 돌려주었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십 년간 이어졌던 모임을 마무리했다.


십 년간 유지했던 모임을 정리하며 '유종의 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끝을 맞이하느냐다.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해당된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호회나 동아리에서 갈등 끝에 안 좋게 끝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롤링페이퍼'의 기억, 인연마저 끝나는 건 아니니까


조아모의 선생님들과 나는 한때 같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었다. 그곳에서도 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특히 센터를 이용하던 아이들과의 작별은 잦았다. 이사나 전학으로 센터를 떠나는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송별식을 준비했고, 아이들에게 롤링페이퍼를 써서 정성껏 선물로 건넸다.


함께 일하던 선생님들이 퇴사하거나 다른 시설로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직접 쓴 롤링페이퍼와 소소한 선물로 그 이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려 애썼다. 그렇게 매번 누군가의 작별을 배웅하며 지내던 나도, 어느덧 그 공간에서 5년을 채우고 이제는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5년간 일하던 일터를 떠나기 전날, 선생님과 아이들이 깜짝 송별식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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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페이퍼 내가 5년 동안 센터장으로 일했던 지역아동센터를 떠날 때 선생님과 중등부 아이들이 롤링페이퍼를 써서 선물로 주었다. ⓒ 김인철 관련사진 보기


꽃다발이나 하나 받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이들과 선생님은 송별식을 은밀히 준비했다. 그동안 센터를 떠나는 아이들이나 선생님에게 주던 선물과 롤링페이퍼를 내가 받게 되자 감흥과 여운이 남달랐다. 특히 학부모님들이 주신 감사패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5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삶이 힘들 때마다 아이들이 써준 롤링페이퍼를 보면 위로가 된다.


나는 혼자가 편한 사람이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가면 금방 피곤함을 느낀다. 혼자서 여행을 가고 혼자 식사를 하고 홀로 영화를 본다. 그런 내게 조아모는 여러 사람과 활동을 하는 몇 안 되는 모임 중 하나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모임을 마무리한다고 해서 소중한 인연마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기쁜 날이나 힘든 날엔 우리는 다시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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