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저녁의 개나리 공원에서
장마는 언제나 마이너스다.
축축함과 꿉꿉함이 싫다.
비가 와서 공원
산책은 십분 남짓 하고
고즈넉한 나무 정자에 앉아서
몸 안의 모든 감각을 열고서
빗소리를 감상 중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직선으로 내리던
빗줄기도 살랑살랑 춤을 춘다.
발목부터 목덜미까지
콧등과 인중 눈썹마저도
맨 살결에 무수히 부딪히는
빗방울이 차갑다.
하룻 내 미욱하고 불온한 영혼이
차갑게 깨어난다.
여기서 이대로 망부석이
되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열망하며 기다리던 것들은
가뭇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비는 여전히 선으로
내려서 원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