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항상 장마 후에 온다

by 김인철

며칠 전, 뉴스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말했다. 전국에 내렸던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기상청은 "이제 장마는 끝"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내가 살아온 수많은 여름들은 그 뉴스 이후에야 진짜 장마가 시작되곤 했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저기압이 지나갔지만 내 기억 속 장마는 언제나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말을 들은 직후에야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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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뉴스가 장마의 끝을 알린 지 며칠 뒤, 전국 곳곳에 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그냥 비가 아니라, 도로를 삼키고, 옹벽을 무너뜨리고, 정전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대피하게 만드는 비. 물길이 막힌 지하차도는 다시 흙탕물로 가득 찼고, 반지하 집의 방바닥은 떠다니는 신발과 전기장판으로 점령당했다. 빗물이 밀려오듯, 긴장이 밀려들었다. 사람들은 다시 기상청과 뉴스가 전하는 비 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하늘을 쳐다보며 근심어린 표정을 해야 했다.


“아직 장마가 끝난 게 아니었던 거야.”

"내 인생도 마찬가지야."


나는 알고 있었다. 장마의 끝과 실제 삶의 체감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장마는 항상 장마 후에 오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장마는 여름철 비가 아니라, 삶의 균열을 적셔오는 시기다. 나는 이제 안다. 장마는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올해도, 어김없이. 그리고 내 인생도, 인생 후에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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