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홀려버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by 김인철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 연일 화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케이팝 악령 사냥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 헌트릭스가 사실은 비밀리에 악령을 사냥하는 전사들이라는 설정의 애니메이션이다. 헌트릭스는 세계적인 케이팝 아이돌 스타로 낮에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활동하고, 밤이 되면 혼문(결계)를 뚫고서 인류를 위협하는 악령들과 싸우는 ‘데몬 헌터’로 변신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7vCK0VBuQLs


나는 처음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관심이 없었다. 제목도 유치했고 스토리도 퇴마나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보였다. 나처럼 처음엔 아이돌의 주인공인 낯선 제목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개봉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수많은 채널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소니 픽쳐스>에서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아이돌 가수가 악령을 사냥한다는 설정과 스토리는 상당히 신선했다. 메인 O.S.T인 ‘GOLDEN’, 'SODAPOP'을 비롯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곡 대부분이 미국의 스포티파이 등 주요 글로벌 음악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아이돌이나 MZ 세대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 같은 중년 아저씨조차도 중독이 될 만큼 음악이 훌륭했다.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케이팝이 한국어 가사에 영어를 일부 섞는 방식이라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노래들은 오히려 영어 가사 중심에 한국어가 들어가고 애니메이션에도 한글이 수시로 나온다.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리듬에 빠져들어 계속 듣게 된다.


넷플릭스


‘헌트릭스’는 낮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케이팝 아이돌이지만, 밤이 되면 ‘혼문’을 뚫고 나오는 악령들과 싸우는 데몬 헌터가 된다. 멤버 각자의 서사도 흥미롭다. 리더 루미는 악령의 피를 절반 물려받은 채 멤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고, 메인 댄서 미라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면서 팀에 대한 헌신이 강하다. 미국에서 자란 막내 조이는 과거의 상처를 가사로 풀어내며 악령을 사냥하는 것과 음악 모두 진심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핵심 공간인 ‘혼문’은 악령과 인간 세계를 잇는 경계다. 하지만 혼문은 단순한 포탈(gate) 개념이 아니다. 이 문은 감정과 기억, 억눌린 상처들이 드나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서양식 오컬트에 한국적 전통 서사와 감성이 더해져 '아이돌 가수의 악령 사냥'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혼문이라는 설정은 전통신앙의 심리적 이미지와 현대 도시의 공허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 세계관이 더 흥미로운 건,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시’ 같은 민화 속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시’는 한국 전통 민화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따온 캐릭터다. 한국에서 호랑이는 권위와 영물을 상징하고 까치는 희망이나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두 캐릭터를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더피는 허당처럼 보이지만 헌트릭스가 위기에 처할 때 힘을 발휘하는 수호령이고, 서시는 재치 있고 날렵한 전령으로 더피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한국을 대하는 과거와 현재


오래전부터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선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국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어글리코리언' 등 한국을 부정적으로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간이 들리는 한국어 대사도 어색했다. 예를 들자면 2002년 <007 어나더 데이>는 과장되고 왜곡된 남북한 묘사로 논란을 불렀고,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네오 서울’은 마치 일본의 다다미 방을 연상케 하는 어색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밝고 긍정적이며 사람들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 (XO, Kitty)>는 인기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한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이 시리즈도 추석 명절, 부채춤, 택견, K‑팝 등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아 있다. "뻔하지만 재미있다”, “순삭 되는 전개”, “K‑드라마 요소와 미국 하이틴 풍이 잘 섞였다”는 평이다.


넷플릭스


더 나아가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류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다. <기생충><오징어 게임>이 한국 사회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며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소니픽처스와 넷플릭스라는 외부의 시선과 자본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 한국인들의 생활방식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외국의 시선과 자본으로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케이팜 데몬 헌터스 제작진들이 과거처럼 한국의 문화와 장소등을 왜곡하거나 어설프게 묘사를 했다면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인 스텝진들이 제작에 참여하며 섬세하고 정확한 고증을 했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김밥을 먹으며 라면 국물을 들이켜는 장면,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젓가락을 놓기 전 티슈를 까는 일상적 습관들.


이런 섬세한 스토리와 묘사는 한국인이거나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생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섬세한 묘사와 표현들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한국 문화와 언어, 한국적 감성이 세계적 감성과 연결되는 보편적 정서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류가 더 확장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악령은 아니지만, 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게 홀려버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악수와 포옹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