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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했다 그래서...

성취감이 필요한 순간이 도전할 시기

by 그리여

가라앉는다. 이상하게 우울감이 드는 날이 있다. 뭔지 모를 그런 정체 없는 모호한 감정에 휩싸이는 느낌이 드는 그런 날 말이다.

왜 인간은 이렇게 복잡하게 생겨먹었을까!라는 생각. 왜 이렇게 세상은 복잡하게 엉키고 꼭 이래야만 했을까 하는 순간에 드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듯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왜 가만히 있지를 못 하는지. 누가 뭐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다그치듯 무언가를 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청소하고, 반찬 만들고 여하튼 몇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때가 많다. 정확하게는 한 가지만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하다 보면 한 가지에 집중하게 되고 다른 것은 귀나 눈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벌여놓고 있을 때가 많다


딸은 이런 나를 보고 조용한 ADHD라고 했다.

정말 그런가! 너무 멀티다. 자신을 가만히 놔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 가지에 집중하기 위하여 오랜만에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늘 허기가 지는 걸 느끼게 된다. 전문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익힌 것에 대한 불완전함에 위축되기도 한다. 독학으로 무언가를 익힌다는 게 예전처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천천히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나름 생긴다. 그랬기에 결과를 내서 자신감을 충전해 줄 장치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왜 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은지. 왜 그리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많은지. 왜 그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무튼 재주가 많은 사람들 틈에 그저 하찮은 손놀림만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아쉬움이 몰려온다.

그렇게 한 가지 도전을 하고 아이콘을 그리고, 뭔가 살아있다는 활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50대라고 하면 예전에는 뭔가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닿은 이곳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별 볼 일 없이.. 이룬 것도 없이..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하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자꾸만 일을 만들게 된다.

가만히 있는 걸 못하다 보니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래도 뭔가를 하면 아직도 할게 남았다는 안도감에 스스로를 다독이, 나를 위한 최선이라는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자꾸만 벼랑으로 밀어버린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기분이 팍팍 드니까

스스로를 자꾸만 시험대에 올리고 뭔가를 이뤄보려 한다.

왜?

그냥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랄까

늘 달리기만 했기에 멈춰있는 게 어색해서랄까


오늘도 나를 시험대에 올리고, 한 가지 성과를 이루고 안도한다.

앞으로 또 지칠 때면 새로운 도전으로 나를 채찍질할 거다.


세상의 모든 관문은 너무나 까다롭고 넘사벽이다. 재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 어느 날 한 가지라도 이루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할까



심사 통과 메일이 바닥에 누워있던 자신감을 잠시나마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했다.


손과 마음으로 만든 자식 같은 또 하나의 캐릭터.

자신감이 필요한 순간.

이 녀석을 내놓으며 제안은 승인되었고, 어느 정도 삶에 색다른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승인되고 난 뒤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몰랑! 말랑! 납딱이! 뭐로 지어줄까 고민 중이다. 다음 시즌으로 뭘 준비할까 역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예전보다 까다로워진 벽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난도 높은 시험대에서 자신감을 가져보려는 욕심을 부려본다.

어느 날 도전이 빛을 내며 완전 노가다였던 시간을 보상해 주는 상상을 하는 게 즐겁다.

실패는 또 다른 경험치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인다.


세대. 나이. 생활습성에서 오는 아이디어가 창작으로 이어진다. 창작은 고되고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고 인간을 외롭게 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걸 일깨우기 위한 노력을 어찌할지 전혀 모를 때가 많기도 하다.

그럼에도 행복한 외로움을 계속 지속하려 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다.


*커버: WHISK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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