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다고 운 거 맞나? 직장인이 다 되었어
취업이 되고 출근하기 싫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막내가 어느새 출근한 지 1년이 되었다. 동기가 퇴사하고 그 이후에 들어온 신입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퇴사했고 신입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야근. 주말 출근과 과중한 업무가 산더미 같았고 동기의 부족함을 채우던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닌 게 기특한데, 정작 막내는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버티는 것도 실력이지.
일이 힘들어 녹초가 되어 들어와도 묵묵히 버티는 뚝심이 생겼고, 조금씩 발전된 업무향상으로 자신의 몫을 훌륭히 이루어 나가는 직원으로 발돋움했다. 일이 힘들어도 같이 근무하는 몇몇 사람이 좋아서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이 어디 그리 만만하겠는가. 어딜 가든 뜨거운 감자는 있기 마련이다. 같이 일하는 동기 중에 미숙한 업무처리로 회사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이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매일 지적받고 혼나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만 해도 힘이 든다고 했다. 안 그래도 바쁘고 일도 많은데 동기가 하지 못한 일들을 종국에는 막내가 같은 팀이라서 고스란히 처리해야 했다고 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제는 얼굴만 봐도 싫다고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은 일인지라 안 할 수도 없고 결국은 일 잘하는 사람이 덤터기 쓰는 게 회사라는 곳인 것을.
막내가 맡아서 관리하는 회사가 60군데라고 한다.
힘들겠네 일이 많아서..
뭐 괜찮아 이 정도는 이제 할 수 있어. 엄마 근데 저 사람은 저렇게 혼나면서도 계속 일을 못하고 왜 그런 걸까 심지어 지적받고 혼나고 돌아서면 웃어.
왜 웃어 무섭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로 애써 웃는 건가
모르겠어. 정말 이제는 보기도 싫어. 대표님이 따로 분리해서 그 직원을 관리한다고 했는데 말처럼 제대로 하는 거 같지도 않고, 나는 일을 많이 주면서 신입들에게는 일을 조금만 준대. 적응시켜야 한다나 봐. 난 신입 때부터 많이 했는데 정말 화가 나. 요즘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야. 그 사람은 대표님이 지적한 건 고쳐야 하는데 계속 똑같이 어리석게 일해. 그러곤 앞에서는 아부를 해
니가 화난 거 얼굴에 티가 나서 엄마도 걱정하던 참이야
산책 가자 엄마
그래 화는 풀어야지
그렇게 한바탕 쏟아내고 밤산책을 하며 기분을 끌어올린다. 어딜 가도 빌런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업무능력 떨어지는 동료 치다꺼리를 해봐서 막내가 얼마나 속이 상하고 힘들지를 알기에 옆에서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해준다.
오늘은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네
응 그 직원 오늘 연차라 안 나왔거든. 안 보니까 너무 좋아
그랬구나 보기 싫은 사람 안 보는 것도 힐링이 되지
엄마 일은 내가 더 많이 하는데 월급은 똑같이 받는 게 더 빡쳐
그게 회사지
사람들이 그 직원을 다 싫어해. 그 누구도 같은 팀이 되길 원하지 않아
가슴속에 쌓였던 말들을 한바탕 시원하게 쏟아내고 나니 씩씩거리던 막내는 어느새 화가 풀리고 생글생글 웃는다. 회사일이란 게 말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겉돌지만 그래도 말하면서 풀어야 하는 거지
1년 만에 정말 의젓해졌다.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고 동료의 부족함을 채우는 걸 보니 이제는 직장인으로서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숫자가 싫다던 아이가 자라서 숫자와 놀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다더니. 막내를 보면 그런 것 같다.
이제 직장인으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엄마 난 막내가 좋아. 내 밑으로 나보다 후배가 들어오는 게 싫어. 막내는 실수해도 관대하게 대하잖아 이제 나는 그런 시기가 지났어
엄마도 맏이지만 막내가 좋아. 이제 어디 가도 나이로는 꿀리는 않는 게 씁쓸해
시간이 너무 빨라 난 막내 체질인데
나에게 넌 언제나 막내야. 막내를 벗어버리고 경력이라는 옷을 입으면 회사생활이 훨씬 편해질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막내로 오래 남고 싶어 엄마
오늘도 출근 잘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딸래미!
니가 주변의 사람들과 잘 지내고 일도 잘하는 것을 보니 엄마는 걱정할 게 없어. 사람끼리 더불어 살아야 하는 회사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은 또 그것을 견디게 해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거든. 늘 좋은 동료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회사는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이 곳곳에 숨어있는 것이지.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고, 직무능력을 향상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며 현명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뭔가 찡하기도 하네.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고 응원한다.
달리다가 지치면 옆을 봐. 엄마도 널 보며 같이 달리면서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해 줄게
구름 속에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태양은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 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햇살은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일이란 것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그런 하루가 지나가고 있지만, 그런 날들이 모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따스함은 용기를 주고 시련이 있어도 견디게 해 준다. 주변에 있는 어두움이 힘들게 할지라도 빛을 비추는 이들이 있어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이 괜찮은 것이다. 가끔은 어두움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안에서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주고받는 것이니까. 회사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은 사람이니까 서로 기대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인생은 지긋지긋한 일의 반복이다.
- 엘버트 허버드 -
색색이 다른 옷을 갈아입은 낙엽이 찬란하게 햇살을 받게 하다가, 바람이 불면 미련 없이 툭툭 떨어뜨리면서 나무는 추운 겨울을 준비한다. 비록 떨어지는 낙엽이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워도 끝이 아닌 새로운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이런저런 업무의 옷을 차곡차곡 입으며 내면의 힘을 기르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의연하고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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