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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Oct 30. 2024

하마터면 50만 원 태울 뻔

어이없는 순간의 실수

무심코 불구덩이에 던졌다


지금은 전자메일로 각종 고지서를 받지만

이전에는 종이우편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정보가 있는 것이라 항상 시골 갈 때마다 들고 가서 불에 태웠다


그날도 늘 그렇듯이 태울 고지서들을 가방에 넣어두었다

아이들이 세배를 하고 나면 받은 세뱃돈을 나에게 맡겨 두었더랬다

난 그 돈을 봉투에 넣어서 나중에 애들 통장에 넣어주었다


집안정리를 끝내고

가방에서 태울 고지서들을 꺼내왔다

장작불위에 툭 던졌다

많아서 쉬이 불이 붙지 않았다

"누나 저 봉투 뭐야? 좀 이상한데"

그 순간 눈에 익은 봉투가 고지서 사이에 살짝 비췄다

"아!! 애들 세뱃돈 봉투"

내가 놀라서 발을 동동 구르니 동생이 얼른 꼬챙이로 봉투를 꺼냈다

다행히 봉투에 넣어서 모양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쩔뻔했나 돈이 탄 것도 모르고 있었겠지

그러곤 나중에 돈을 찾느라 야단법석이었겠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덜렁대고 경솔한 나의 손모가지를 비틀고 싶었다


꺼내기는 했지만 '어쩌지!!' 싶어 다리가 풀려서 털썩 주저앉았다

"누나 이거 한국은행 가면 바꿔줘"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서울 오자마자 불구덩이에서 구한 돈봉투를 수습해서 한국은행으로 갔다

돈을 태우는 바람에 '한국은행을 다 가보네' 생각했다

그런 순간에도 픽! 하고 웃음이 났다


직원이 보더니 빳빳한 새 돈으로 교환해 준다

"다행히 많이 안 타서 교환이 되네요" 한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훼손된 화폐의 가치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준

은행권의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전체의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전액으로 교환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일 경우 액면 금액의 반액으로 교환
남아있는 면적이 5분의 2 미만이면 교환 불가능


불에 탄 지폐는 다른 훼손된 화폐와는 다르게 처리됨
불에 탄 화폐는 재 부분도 면적의 일부로 인정됨
불에 탄 지폐는 재 처리 과정에서 면적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를 털어내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함(재를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용기에 담아 한국은행에 제출하는 것이 좋음)



돈을 태울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관심 없던 것도 하나 알게 되었다

인생은 늘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을 또 배운다


그날 돈을 교환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국은행을 나와서 걸어가는데

방화 이후 심각하게 파괴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눈에 들었다

충격적이었고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돈도 타고 숭례문도 타고

아찔했던 그 순간이 마치 어제와 같다

자나 깨나 불조심!!!



#돈

#불에탄지폐

#한국은행

#불에탄화폐교환방법

#국보1호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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