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뷰 엔지니어와의 대화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실리콘 밸리, 그중에서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구글. CES에 참석하기 전,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실리콘 밸리에 방문했는데 학생창업팀의 도움으로 구글에서 일하시는 김재욱 선배님을 만났다. 구글 본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삶은 어떨까?
[김재욱 박사님 약력]
*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학사, 석사 졸
* University of Maryland, Ph.D in Computer Science
* Oracle: Supply Chain Orchestration Group (2011 ~ 2016)
* Google: Devices and Services Systems, Senior Software Manager (2016 ~)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재욱입니다.
2. 구글 내에서의 역할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컨슈머 하드웨어 부문에서 SCM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생산, 운영, 세일즈 등 물류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ERP 솔루션을 구축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구글이 SCM을 한다는 게 의아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구글은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곳곳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데이터 센터를 짓는 데 들어가는 부품들을 자체 설계, 생산해요. 그래서 구글의 SCM 규모는 빅테크 중에서는 아마존, 애플 다음에 올 정도죠. 그리고 현재 구글 매출의 대부분이 검색 광고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수익을 좀 더 다각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컨슈머 하드웨어 부문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컨슈머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부품의 SCM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것도 있어요.
3. 구글 소프트웨어 매니저의 하루가 궁금하네요.
정해진 건 없는데, 보통 미팅이 8시 반에서 9시부터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매니저가 되면서 미팅이 하루에 평균 4~5개씩 있어요. 그래서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미팅 준비와 프로젝트 관리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방향성과 사람 관리에 씁니다. 엔지니어에서 매니저가 되니 사람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어요.
4. 구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직장인데요, 구글에 입사하시기까지 여정이 궁금합니다.
우선 미국으로 건너온 얘기부터 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병역 특례를 마치고 29살에 결혼한 다음 바로 미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은 GRE 점수, 토플 점수를 다 만들고 유학을 오는 반면 저는 GRE 점수도, 토플 점수도 없이 무작정 미국에 건너왔어요. 미국에서 토플을 봤는데, 그게 CBT에서 IBT로 바뀌기 전 마지막 시험이었어요.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맞췄던 게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러고 나서 University of Maryland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를 시작했는데 석사 연구실에서부터 연결된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RA 펀딩을 받을 수 있었어요.
E-business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쪽으로 논문을 썼기 때문에 박사 졸업 후에는 SCM을 많이 하는 오라클에 입사했어요. 오라클에 입사하고서는 SCM 관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하며 경력을 쌓았고요. 3-4년 차부터 진지하게 이직을 결심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중 구글에서 연락이 와서 on-site 인터뷰까지 갔는데 안 됐어요. 그러다 1년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다시 on-site 인터뷰를 했고, 입사하게 되었네요. 구글에서 한창 SCM 부서를 키울 때라 타이밍이 잘 맞은 것도 있었어요.
5. 구글은 사람을 정말 까다롭게 뽑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터뷰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구글은 사람을 뽑는 데 굉장히 많은 공을 들여요. 인터뷰만 하더라도 원격 코딩 테스트 2회, 전화 인터뷰 2회를 거쳐 선발된 3-5명의 사람이 on-site 인터뷰를 보고, on-site 인터뷰까지 올라온 경우 인터뷰이 한 명 한 명에 대해 리크루터들이 아주 꼼꼼하게 피드백을 기록하고 공유해요. 저 같은 경우는 한 명을 평가하기 위해 2시간은 쓰는 것 같아요. 엔지니어로 입사하는 경우 생각보다 기본적인 알고리즘 테스트를 많이 봐요. SCM을 했으니까 도메인 지식을 조금 물어보기도 했지만요. 얼마나 기본적인 것을 잘 알고 있는지, 문제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지를 많이 봅니다.
6. 한 번쯤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국내 기업에서의 경험이 인턴과 병역 특례뿐이라 정확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실리콘 밸리의 경우 개인의 자율성을 더 존중해 주는 대신, 결과 중심의 평가 문화가 강해요. 고용도 굉장히 유연해서 보통 이직을 할 때는 2주 정도 남았을 때 노티스를 줘요. 한국에 비하면 꽤 타이트한 편이죠.
극단적인 사례가 작년의 레이 오프(lay-off)예요. 새벽 2시 반에 갑자기 메일이 왔는데, 해고당한 사람들은 30분 안에 서버 상에서 삭제가 됐어요. 소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했고요.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누가 잘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는 거예요. 이 결정이 나기 전까지 VP 이상 정도만이 알고 있어서 매니저들도 팀원들이 잘렸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미팅에서 어떤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데 안 들어오더라고요. 왜 안 들어오는지 채팅을 하려는데 메시지가 안 보내져서, 그제야 해고된 걸 알았어요. 짐은 보안 요원이 나중에 정리해서 보내주고 그랬어요. 정말 칼 같죠. 말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 이렇게 가까이서 경험한 건 처음이었어요.
7. 레이 오프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긴 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 들으니 더 무섭네요. 이렇게 성과를 중요시하는 구글인 만큼, 구글의 성과 평가 방식이 궁금하네요.
과거 구글의 성과 평가 제도는 독특했어요. 매니저가 팀원 역량 평가를 하는 것(Top-down)이 아니라, 팀원들이 자신들의 성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프로모션을 요청하고, 동료 평가를 통해 프로모션이 가능한 구조(Self-motivated, Bottom-up)였죠. 그래서 개인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했어요. 자율적인 제도이기는 하지만, 매니저의 권한이 약했어요. 매니저가 반대하더라도 동료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프로모션이 가능했고, 팀원 별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비효율이 있었어요. 이러한 것을 의식해서 최근에는 매니저가 팀원들을 평가하는 Top-down 방식으로 연간 성과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고,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주로 Top-down 방식으로 성과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말로만 듣던 구글에 다니는 선배님께 궁금한 게 많아 점심시간 내내 질문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선배님은 2시부터 미팅이 있으셨기에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작별 인사를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마운틴뷰의 구글 플렉스 주위를 한 바퀴 걸으며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