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m 김지성 CEO와의 버스챗
CES가 끝나고 LA 공항에 가기 위해 LA 행 버스를 탔다. 포스텍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탔고, 내 옆에 앉은 사람도 포스텍 학생처럼 보였다. CES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이 뭐였는지 물어보니 전시를 하느라 다른 곳은 하나도 못 봤다고 답했다. 전시자로 CES에 참가했다고? 호기심에 더 물어보니 포스코-포스텍 전시관에서 가장 관심있게 본 기업이자 포스텍 학생 창업 기업이었던 cream의 김지성 CEO였다. 흥미로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질문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필자: cream은 어떤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가요?
김지성 대표님: Cream의 주요제품은 AiD라는 맞춤형 보조작가 AI 공급 서비스예요. 웹툰은 캐릭터의 그림체, 의상, 외모 등이 일관적으로 제작되어야 해서 AI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였는데요, AiD는 캐릭터 별로 맞춤형 보조작가 AI를 제작해줘요. 한 캐릭터 당 7개의 이미지만 있으면 맞춤형 보조작가 AI를 생성할 수 있죠. 레이어 별로 선화/ 채색/ 명암과 같은 기능적 단계를 나누어 생성하기 때문에 작가가 수정하기도 쉬워요. 프롬프팅 없이 간단한 이미지 삽입만으로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필자: 서비스 창업과 기술 창업을 모두 해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둘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더 쉬웠나요? 기술 창업으로의 피봇 과정도 궁금하네요.
김지성 대표님: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창업을 했을 때는 플랫폼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시드 투자도 순조롭게 받았는데 플랫폼 사업은 고객을 양쪽에서 잡아야 하는 점이 어렵고 비즈니스 모델도 복잡했죠. 스타트업 생태계가 침체될 무렵인 2022년 말에 시드 투자금이 떨어져 갔는데, 그때 완전히 새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기술 창업으로의 피봇을 감행했어요. 운이 좋게 원하던 분야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생 분이 합류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우리만의 기술을 기반으로 AiD를 출시했어요. 서비스 창업과 기술 창업을 비교했을 때, 기술 창업이 훨씬 “쉬운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기술 창업은 일단 확실한 기술이 있으면 고객이든, 투자자든 설득하기 쉽고, 고객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부터 많은 방향성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필자: 그러면 cream의 현재 BM은 어떻게 되나요?
김지성 대표님: 처음에 AiD를 구상하고 런칭했을 때는 B2B를 메인 타겟으로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개인 고객, 예를 들면 프리랜서 작가님들의 반응이 훨씬 뜨거운 거예요. 그래서 현재는 B2C와 B2B를 모두 하고 있어요. B2B와 B2C의 차이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B2C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딩과 같은 마케팅적인 요소이고, B2B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인 것 같네요.
필자: CES 참여 과정과 참여 목적이 궁금해요.
김지성 대표님: 공모전 나가는 것과 비슷해요. CES가 한국에서 워낙 큰 행사다 보니 KOTRA와 같이 CES 참여 기업을 지원하는 업체들이 많아요. Cream은 포스코-포스텍 공동관을 통해 오게 되었고, CES 측에 서비스 소개서를 제출한 후 심사를 통해 혁신상을 받게 되었어요.
참여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연한 기회의 창출’이 이번 CES 참여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나 투자자 등을 만난다는 것과 같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오기도 하는데, cream의 경우 혁신상 수상을 통해 기업 신뢰도/명성 구축이라는 기본 목적을 달성했어요.
따라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참가하기 보다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지 않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예상치 못했던 산업군에서 POC 제안 등을 받았는데요, 패션 인더스트리가 그중 하나였습니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 광고, 드라마, 게임 산업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여러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었는데, 패션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해당 업계에서의 제안을 통해 고려하게 되었어요.
필자: 혁신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을 위주로 CES 관람을 하며 혁신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는데,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지성 대표님: 어떤 제품/ 서비스든, 고객은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사용해요. 해당 제품/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라든지, 지불하는 비용 같은 것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게 중요한 니즈를 수용 가능한 허들로 충족을 시켜주는 것이 대중이 원하는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필자: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셨는데요, 창업을 꿈꾼 이유가 궁금해요.
김지성 대표님: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막연한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고 싶었고, 실제로 하다 보니 이제는 금전적인 것을 바라보기 보다는 세상에 미치고자 하는 영향력 때문에 하고 있네요(웃음).
필자: Cream이 만들고 싶은 영향력은 무엇인가요?
김지성 대표님: 지금은 cream이 웹툰/ 일러스트 제작을 용이하게 하는 서비스만을 출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시각 컨텐츠로 확장하고 싶어요. 제가 슈퍼 N이라서 이런저런 상상을 정말 많이 하는데, PPT 만들기, 영상 편집 같은 것을 잘 못해요. cream은 누구나 무엇을 상상하든 이를 손쉽게 컨텐츠로 실체화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필자: cream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네요.
김지성 대표님: 향후에는 일본, 미국을 위주로 진출하고자 해요.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일본, 미국에서의 컨택 포인트는 주로 cream에게 투자한 투자사를 통해서 만들어요. 결국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필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지성 대표님: 얼마나 진심인가요? 특히나 학부생 창업일수록, ‘한번 해보자’, ‘좋은 경험일 것이다’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식으로 도전의 장벽을 낮추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이 쉽게 포기하게 만들 수 있어요. 20대의 최소 5년~10년을 걸고 시간, 노력, 학창 생활을 포함해서 모든 걸 배팅할 각오를 하고 진심으로 도전해야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덧붙여서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창업을 하면 크고 작은 어려운 순간들이 있어요. 이때 공동 창업자를 비롯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동기부여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처음부터 창업에 진심인 사람들과 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첫 시작 단계부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끈기도 있고 유능한 사람들 말이에요. 앤젤 투자자들도 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앤젤 투자자들은 워낙 초기에 투자하다 보니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끝까지 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뭘 해도 해낼 것 같은 팀에게 투자하고 싶어하죠.
갑자기 말을 걸고는 끊임없이 질문을 한 것이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김지성 대표님은 지난 3년 간의 내공이 쌓인 창업자답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정제된 언어로 풀어나갔다. 덕분에 LA로 향하는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대화하는 내내 느껴졌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시간이었다.